[강남부자는 지금] 논현동 주부, 300만원 내고 밤 10시까지 ‘부동산 과외’
“방마다 화장실과 세탁기를 따로 넣고 취사만 열린 공간에서 같이 합니다.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주방 등을 함께 나눠 쓸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한 셰어하우스의 국내 1호인 서울 연희동 ‘마이바움 연희’ 인근 주택가에 40~50대 남녀 20여명이 모였다.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이 마련한 ‘도시형 생활주택 현장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참석자들 상당수는 서울 시내에 165㎡(50평대) 이상의 땅을 갖고 있는 토지주들이다. 세미나 참석자 윤모씨(52)는 “거주하고 있는 논현동 주택을 헐고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며 “이론을 익힌 뒤 실제 노하우를 얻으려고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 “내 자산 내가 관리”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강남 부자들은 미래를 대비한 부동산 공부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투자능력을 갖춘 강남 부자들이지만 시장이 어려울수록 미래를 내다보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수익형 부동산이나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부동산 교육시장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이미 보유한 빌딩이나 상가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내공 쌓기에도 열심이다.

지난 26일 건국대 산학협동관 302호. 밤 10시가 다 된 늦은 시간임에도 박준희 건국부동산교육사업단 주임교수의 강의가 계속됐다. “2014~2015년이 되면 서울의 업무용 오피스빌딩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납니다. 기존 강남권 10층 이하 중소형 빌딩은 더 이상 오피스 기능이 어려워요. 병원이나 학원 등 근린시설이 입주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박 교수의 경고에 수강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교수는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직원들 외에 오피스·상업용 빌딩을 갖고 있는 자산가도 많다”며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건국부동산교육사업단은 건국부동산자산관리사(KPM)와 건국부동산프라임에이전트(KRPA), 실전상가 투자 분석사과정 등 다양한 부동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 300만원이 넘는 수강료에도 찾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부동산 자산관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과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부동산자산관리사(KPM) 교육과정에는 빌딩 소유주 상당수가 강의를 듣고 있다. 이미 6기 교육이 열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김용남 글로벌 PMC 대표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는 빌딩 주인들도 많다”며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임차인 유지에 성공해 빌딩 몸값을 올리려는 자산가들이 강의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새 먹을거리 찾기도 분주

[강남부자는 지금] 논현동 주부, 300만원 내고 밤 10시까지 ‘부동산 과외’
강남 부자들은 새 먹을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이들이 주목하는 상품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토지만 있으면 10억원 안팎을 투자해 연 30%에 가까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준비도 철저하다. 이론서 2~3권 독파는 기본이고 관련 세미나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수목건축이 매월 두 차례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실시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실전사례 정기세미나’에는 10여명 이상의 토지주들이 찾는다. 이미 들어선 도시형 생활주택을 방문해 직접 둘러보는 현장세미나도 필수 코스다. 곽일아 수목건축 마케팅팀 과장은 “자산가들은 설계부터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며 “참석자 10명 중 2명꼴로 실제 건설 계약까지 이어질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최근 역삼동 충현교회 인근 2층짜리 단독주택을 헐고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기로 한 강모씨(63)는 “건축비와 감리비 등 8억1000만원을 투자해 연간 1억8480만원의 수익이 기대된다”며 “3개월 동안 부인과 함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형 생활주택을 방문해 샅샅이 살펴봤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만들어 공동투자도

강남 부자들이 부동산 교육에 열을 올리는 또 다른 원인은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투자 정보를 교환할 뿐 아니라 공동투자에도 나선다. 투자 금액이 줄고 다수가 참여하는 만큼 개개인이 부담하는 위험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기업 임원 최모씨(57)는 지난달 세미나에서 만난 투자자 2명과 함께 경기 수원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 1개동(40가구)을 27억원에 매입했다. 투자금은 9억원으로 똑같이 냈고 임대수익도 동등하게 나눌 예정이다. 투자에 앞서 사전투자계획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마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도 없앴다. 최씨는 “사는 곳과 연배도 비슷해 1년 가까이 골프 모임을 갖다가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지게 됐다”며 “주변에도 이런 투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