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안타면 18홀 돌기 힘들다?…"운동부하검사 해보세요"
골퍼들의 '황금 시즌'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골프장에서 라운드는 일상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무리한 라운딩 결과로 병원마다 허리 · 어깨 통증 등을 호소하는 중 · 장년층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골프는 나이가 들어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지만,젊을 때는 모르던 증상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협심증 · 고혈압 ·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장년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말과 휴일,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상당수 환자가 제대로 쉬는 날 없이 무리하게 주말 운동을 하다 쓰러진 경우"라고 지적했다.

◆카트를 타지 않고 18홀을 돌기 힘들다

카트 안타면 18홀 돌기 힘들다?…"운동부하검사 해보세요"
50대 이후부터는 최대 산소 섭취량이 매년 1.5%씩 감소하고 60대가 되면 심장에서 나오는 피의 양도 20대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다. 그만큼 심장과 폐의 기능이 많이 떨어진다.

라운딩할 때 18홀을 걸어서 돌기 벅차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운동부하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가슴에 전극을 붙인 뒤 러닝머신 위에서 30분간 뛰는 검사로 운동 중 혈압 · 심장박동 · 호흡 변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시간 · 강도 등을 처방받을 수 있다.

홍준기 척병원 원장은 "골프할 때 카트를 타다 보면 18홀을 다 돌아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아 운동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젊을 때부터 카트를 타지 말고 걷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18홀을 모두 걸어서 돌면 카트를 탈 때보다 분당 산소 흡수량이 35~41% 증가한다. 이는 유산소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윙할 때 머리가 어지럽다

올해로 골프 경력 20년차인 이경윤 씨(59)는 요즘 들어 부쩍 골프공에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병원 암실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작은 불빛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가는 모습을 1~2시간 정도 촬영하는 비디오 안진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귀와 뇌의 평형감각 이상이 원인이었다. 이씨는 진단을 받고 난 이후 매주 2회 이상 하던 골프 라운딩 횟수를 줄이고 병원 진료와 가벼운 산책 · 걷기 등을 통해 뇌의 밸런스 회복에 힘쓰고 있다.

◆골프 친 뒤 꼭 허리가 아프다

시니어 골퍼들이 가장 많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가 바로 허리다. 골프 스윙의 기본은 하체를 중심으로 척추를 꼬았다가 푸는 힘을 이용해 공을 날리는 것인데,이때 클럽의 속도는 시속 170㎞이고 약 2초 내에 스윙이 완료된다. 척추는 앞뒤,좌우로 움직일 때보다 회전할 때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서 있을 때 척추에 가는 부담이 100이라면 스윙 시에는 무려 220에 이른다. 따라서 스윙 시 척추의 회전으로 인해 허리근육의 사용은 늘어나고 척추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시니어 골퍼의 경우 대개 임팩트(Impact) 순간이나 팔로스로(Follow-through) 단계에서 요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허리를 많이 비틀어야 장타가 난다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허리를 많이 돌리기 때문이다. 백스윙을 위해 허리를 돌리거나 임팩트 순간에 꼬인 허리가 풀릴 때 요추의 근육과 인대에 많은 힘이 가해져 허리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볼을 집으려고 허리를 숙일 때는 더 아프다.

이종열 목동힘찬병원 부원장은 "나이가 들면 척추 유연성이 젊은 사람에 비해 5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스윙하다가 부상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허리 엑스레이를 찍어서 허리근육 부상 또는 디스크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덕 오를 때 발뒤꿈치 '뜨끔'

골프를 치는 동안 발목이 시리고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끼는 사례도 많다. 특히 골프를 친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첫 발을 디딜 때 발바닥이 칼로 베이는 것처럼 심하게 아프다면,아킬레스건염이나 파열 · 족저근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골프는 내리막 · 오르막 등 다양한 경사의 지면을 장시간 걷기 때문에 다른 운동보다 발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이런 증상은 신발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신발이 닳은 경우,평발인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골프화는 1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이 좋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발바닥을 수건으로 감싼 뒤 무릎 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을 하면 통증이 서서히 풀린다.

/도움말=고도일 고도일병원 원장, 홍준기 척병원 원장, 이종열 목동힘찬병원 부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