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것이 금지된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이 주류 수출국으로 변신한다.

파키스탄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19일 영국의 더 타임스와의 회견을 통해 무역경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맥주와 여타 주류의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류 수출의 허용은 총리의 최종 재가를 거치면 확정된다.

상무부 관계자는 "인도가 파키스탄의 최대 알코올 수출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비(非)무슬림 기업을 통해 비(非) 무슬림 국가에만 알코올을 수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에서 양조업이 시작된 것은 150년 전으로, 영국군에게 맥주를 공급하기 위해 1860년 처음으로 양조회사가 설립됐으며 주로 외국인과 비(非)무슬림을 위해 주류 판매가 허용됐다.

그러나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 시절인 1977년 이슬람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주류 수출이 금지됐다.

파키스탄 인구의 97%를 차지하는 무슬림에게는 음주가 불법이며 술을 마실 경우 종교법에 따라 80대의 태형을 선고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과 기독교도, 힌두교도 등은 술을 마실 수 있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과 같이 주력 정치인들과 군부 지도자들은 결혼식과 파티 등과 같은 경우 위스키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80년대 이후 음주 문제로 인해 무슬림이 태형에 처한 사례는 없어 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더 타임스는 이슬라마바드의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파키스탄에서 술을 구입하는 것이 피자를 주문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전화로 술을 주문하면 15분 내에 주류 밀매업자가 술을 배달해준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