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멈췄다…그리스 '식물국가' 상태
그리스가 19일 올 스톱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뜨지 않고,배들은 항만에 묶였다. 환경미화원들이 일손을 놓은 도로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그리스 노조가 이날 동시에 48시간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리스 의회가 20일 투표하는 긴축재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 타네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이 긴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안고 있는 핵폭탄이 터지는 셈이다. 진퇴양난에 처한 그리스를 두고 블룸버그는 "플라톤(철학자)은 더 이상 그리스에 살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그리스 생사 판가름 난다

그리스는 지난해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3년에 걸쳐 나눠 받기로 했다. 이번에 받을 돈은 1차 구제금융 자금 중 마지막 80억유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마지막 돈을 주는 대가로 그리스에 부채를 더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 6월 280억유로 규모 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EU와 IMF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퇴짜를 놨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추가 긴축안을 통해 공무원 월급을 20% 깎을 예정이다. 또 공무원 3만여명을 예비직으로 빼 월급의 60%만 지급한다. 이들은 1년 안에 다른 자리가 나지 않으면 퇴직해야 한다. 그리스의 공무원 수는 70만명이며 이 중 25%(17만5000명)가 과잉 인력으로 분류된다. 긴축안에는 공기업 및 은행 퇴직자 연금 15%를 깎고,55세 이전 퇴직자의 연금을 40%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추가 긴축안은 300명의 국회의원 중 과반수가 동의해야 통과된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은 154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국민 정서를 이유로 긴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가결이 불투명하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 17일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EU 정상회의(23일)에 앞서 긴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여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부결되면 유로존 위기 본격화

20일 의회에서 긴축안이 부결되면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고,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다른 유럽 국가 은행들이 신용경색에 빠질 수 있다.

CNN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돼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방송은 "투자자들은 '다음 국가는 어딜까'라는 불안에 휩싸일 것"이라며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