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뛰는 모바일 산업…설설 기는 IT 법령
사례1.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A사는 최근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용자가 클라우드 서버에 올린 파일을 메일 카페 블로그 등에 옮기는 데 대한 합법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준비하는 S클라우드에 음악파일을 올려놓은 사용자가 카페나 블로그에도 올리는 경우다. 하지만 당장 이것이 불법인지,불법이 아니라면 어느 선까지 합법적인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사례2.지난 5월 대학생 앱(애플리케이션 · 응용프로그램) 개발자 주윤식 씨(25)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중심의 새주소체계 정보를 담은 앱을 개발하기 위해 '공공정보 활용 지원센터'에 관련 공공정보 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새주소 정보는 공공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씨는 "7월 말까지 관련 정보를 민간에 공개할지를 결정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거미줄 같은 법령과 규제

스마트폰 태블릿PC 확산 등으로 모바일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국내 관련 법령 미비로 많은 사업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하거나 사장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산업을 중심으로 바퀴살처럼 확산되고 있는 산업의 융 · 복합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 부재로 한국 정보기술(IT)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가 지난해 말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앱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측은 거동이 불편한 만상천상(욕창) 환자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상처와 진물 등을 촬영해 병원에 전송하면 소독과 드레싱에 사용할 적절한 처방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지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현 의료법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바이오산업과의 융합을 신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데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법 정비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꼽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사 포털업체 등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김현정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가 정확하지 않고 적용 법령과 규제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적용되는 법률만 해도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지능형 자동차 사고는 누구 책임?

앱의 주요 기반인 공공정보 제공에 대한 기준도 불확실하다. 2009년 경기도는 인기 앱 '서울 버스'가 경기도의 버스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경기도 버스 정보를 차단했다. 지난해에는 석유공사가 주유소 가격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관련 앱이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SK텔레콤 LG전자와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U-헬스 산업도 암초에 걸렸다. U-헬스는 IT를 이용해 원격진료에서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다. 하지만 현 의료법은 IT를 활용한 원격 의료의 범위를 의료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의료법 34조1항).인터넷 화상통신 등을 통해 의사의 직접 의료 행위가 불가능한 것.SK텔레콤 관계자는 "U-헬스 산업의 기반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될 텐데,이것도 의료기관만 환자의 정보 등을 보관할 수 있다는 의료법 때문에 실무진의 고민이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지능형자동차 상용화연구기반구축'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IT융합 자동차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행 '교통안전법''도로교통법'으로는 사고가 날 경우 그 책임 소재가 운전자인지,자동차 제조업자인지를 가릴 수가 없다. 이 밖에 모바일 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뜨고 있는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도 지나친 규제(위치정보보호법)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규정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융합 분야의 서비스는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고 당사자들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한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가 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