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탑재 삼성 '시리즈7 슬레이트' 미리 써보니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를 열고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8'을 공개했다. MS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PC와 태블릿PC 양쪽에서 동일한 사용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 행사에 참가한 개발자들에게 MS는 삼성전자가 만든 태블릿PC '시리즈7 슬레이트'를 무료로 제공했다. 일반 PC가 아닌 태블릿PC를 개발자들에게 참고용으로 나눠줄 정도로 윈도8과 모바일 기기의 '찰떡 궁합'을 강조한 셈이다.

현재 북미지역에선 윈도7을 탑재한 슬레이트의 사전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 역시 윈도8과 슬레이트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 최초로 윈도8 프리뷰 버전이 탑재된 슬레이트를 입수해 사용해봤다.

◆매끄러운 UI 전환

윈도8 탑재 삼성 '시리즈7 슬레이트' 미리 써보니
기기를 들자 묵직함이 느껴졌다. 슬레이트의 무게는 890g으로 590g 수준인 아이패드2보다 1.5배가량 무겁다. 화면도 슬레이트가 더 넓다. 1366x768 해상도를 지원하는 11.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9.7인치인 아이패드2보다 역시 2인치 정도 크다.

전원을 켜자 윈도8의 가장 큰 특징인 '메트로 UI(유저 인터페이스)' 화면이 나타났다. 각종 아이콘이 타일 형태로 배치된 모습이다. 무선인터넷에 연결하자 날씨,주식정보 등이 자동으로 갱신되면서 아이콘 위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줬다.

홈버튼을 누르면 전통적인 윈도 화면을 볼 수 있다. 거치대와 무선 키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태블릿PC가 아닌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도 가능하다. 이동 중이나 간단한 작업을 할 때는 메트로 UI를,자리를 잡고 사용한다면 기존 윈도 UI로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화면을 자유롭게 분할해 작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둘로 나눠 각각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PC와 동일한 기능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윈도에서 하던 작업을 태블릿PC에서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iOS가 탑재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갤럭시탭과 같은 기기에서 일반 PC와 동일한 작업을 하려면 별도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하지만 윈도8을 운영체제로 이용하는 슬레이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에 활용하던 오피스 시스템을 모바일에서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메트로 UI에서 엑셀과 파워포인트 아이콘을 누르자 당연하게도(?) PC에서 사용하던 오피스 2010 프로그램이 실행됐다. 3G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어디서나 사무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 최신 노트북 수준의 인텔 코어 i5 CPU(중앙처리장치)와 4기가바이트(GB) 램이 탑재됐고 하드디스크보다 5배가량 빠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포함돼 이용에 답답함이 없었다. 모바일용이 아닌 PC용 CPU가 내장돼 전력 소모가 큰 편이지만 5400㎃h 배터리를 내장해 실사용 시간은 5~6시간 수준이었다.

슬레이트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가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서 예약 중인 제품의 가격은 1299달러.세금이 제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가격은 최소 150만원 이상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내장된 부품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지만 대다수 사용자들은 노트북이 아닌 아이패드2 등 태블릿PC와 이 제품을 비교할 가능성이 높아 발매 초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