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술집주인은 술 먹지 말라는 볼커룰이 옳다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 거래(프롭트레이딩)를 금지하는 볼커룰(Volker Rule)의 초안이 공개됐다.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7월21일부터는 거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 60일 이내의 단기 자기자본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 은행들은 물론 미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며,헤지펀드 · 사모펀드 투자는 자본의 3%까지만 허용된다. 다만 은행의 리스크 헤지나 증권발행 주관사로서 물량 인수(언더라이팅) 등의 거래는 예외로 뒀다. 물론 찬반 양론이 치열하다. 금융사 수익성이 약화되고 리스크만 키울 것이라는 반발도 있지만 예외나 면책조항이 너무 많다는 주장도 팽팽하다.

볼커룰은 80년 만의 월가 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핵심 조항이다. 대형 은행들이 고수익을 내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해 자칫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을 예방하자는 목적이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영업행태가 규제를 자초한 셈이다. 예금보호를 받는 은행들이 자기자본 투자가 성공하면 자체 수익으로 귀결돼 천문학적인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실패해 부실해지면 국민 혈세로 메우는 모럴해저드를 용납할 납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제조업 위축에 따른 대안으로 금융에서 성장동력을 모색했지만 결국 금융이 과잉 비대해지면서 지금의 사태를 맞고 말았다. 금융이 실물 지원을 넘어 그 자체로 거대 산업화를 지향할 때는 필연적으로 거품과 붕괴를 겪었음은 금융투기의 역사가 입증한다.

볼커룰은 지난 10여년간 금융허브,동북아 금융중심지에다 한국형 IB(투자은행)니,금융빅뱅이니 하는 슬로건 위주의 어설픈 우리나라 금융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에는 절대 퀀텀점프(대도약)가 있을 수 없다. 개도국 중에 금융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듯이,자원을 집중 투입한다고 제조업처럼 크는 것이 아니란 점을 당국은 물론 금융회사들도 명심해야 한다. 볼커룰의 주인공인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내달 1~3일 한경 글로벌 인재포럼에 온다. 당국과 금융사들은 그의 조언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