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난장판 '서울시장 선거戰
"네거티브 선거전은 안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12일 당사에서) "네거티브 선거는 시민들의 품격에서 보면 부끄러울 것이다. "(박원순 야권 후보,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나 후보와 박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책 대결을 약속했다. 두 후보는 지난 10일 정책 중심의 선거운동을 다짐하는 내용의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나란히 참석,서명까지 했다.

그렇지만 실상은 다르다. 날이 갈수록 상대를 향한 비방전이 격화되고 있다. 후보자의 병역문제와 기부금,친일논란,재산 증식 등 네거티브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나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경선이 끝나자마자 박 후보의 대기업 거액 기부 논란을 제기했다. 박 후보의 양손자 입적,병역 면탈 문제를 제기하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박 후보 측도 반격에 나섰다. 선거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나 후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한 2004년 서울 시내에 건물을 샀고,작년 이를 되팔아 6년 만에 13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며 투기의혹을 제기했다. 나 후보 부친의 사학재단 이사장 경력을 문제삼는 것도 단골 메뉴다.

급기야 양측 간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저잣거리 양아치 방식','미스터 리플리(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영화 주인공 이름)' 등 거친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다보니 앞 뒤가 안 맞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 후보는 병역 면탈이 작은 할아버지가 일제에 의해 1941년 사할린 강제징용을 가면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는데,강제징용은 1943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의원이 2008년 발의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엔 일제 강제동원은 1938년부터 시작됐다고 적혀 있다. 자신이 낸 법률 내용까지 뒤집은 셈이다.

두 후보 측은 서로 상대가 네거티브전에 몰두한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다보니 나 후보와 박 후보 측이 잇달아 내놓는 정책 공약은 뒷전에 밀리기 일쑤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지만 품격 잃은 거친 표현과 공세가 춤추는 난장판은 검증과는 거리가 멀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