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직원 A씨는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대출을 더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서다. A씨는 "회사 발전을 위해 고통 분담을 하자는데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어 대출을 더 받아 우리 사주를 사야 할 형편"이라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준비하는 증권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때 우리사주조합에 발행 주식의 20%를 우선 배정해야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조항 때문이다. 직원들은 부담스럽더라도 주식을 사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는다. 자칫하면 주주들로부터 "직원들도 사지 않는 주식을 주주에게 배정하냐"는 볼멘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1조12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인 KDB대우증권은 2248억원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됐다. 청약 결과 93.93%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전 직원이 가입해 있다고 가정하면 직원 1명당 평균 6888만원씩 증자에 참여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은 6000억원의 유상증자 예정 규모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20%를 직원 2908명이 나눠가지면 1인당 4126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삼성증권은 10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직원 1명당 2221만원꼴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