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운명의 날' 23일…'부채탕감비율 60%' 논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그리스가 23일 '운명의 날'을 맞게 됐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당초 17~18일에서 23일로 연기됐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해결할 포괄적인 전략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원국 간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이 민간 채권자들이 더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U 정상회의 연기

반롬푀이 의장은 정상회의가 미뤄진 배경에 대해 10일(현지시간) "그리스 구제 방안과 은행 자본확충,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효율성 제고 등 구체적인 수단들에 대해 추가 논의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상회의에 앞서 재무장관회의도 추가로 열어줄 것을 회원국들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그리스에 대한 6차분 구제금융(80억유로) 집행과 은행 자본확충 등 윤곽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건과 시행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앞서 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유로존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포괄적인 방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합의한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합의한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데다 EU 정상회의마저 연기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국채 부채 탕감 비율 60% 논의"

유로존의 그리스 해법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이날 "그리스 국채 상각(부채 탕감) 비율을 6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존은 지난 7월 그리스 부채 탕감 비율을 21% 선에서 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정도 탕감으로는 그리스 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융커 의장의 입장이다. 그는 "그리스 리스크가 유로존 전체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큰 폭의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채무 60% 이상을 탕감하면 민간 은행의 손실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한편 슬로바키아 의회는 11일 EFSF 확충안 승인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