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ㆍ제약사, 약가인하 '합숙 토론'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약가 인하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11일부터 1박2일간 마라톤 합숙회의를 가진다.

신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제약업계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약가 인하 정책에 반발하는 제약업계의 건의를 일부 수용한 데 따른 회의다. 제약업계는 이번 회의에서 약가 인하에 따른 피해 규모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11일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제약업계 관계자는 12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양평의 코바코연수원에서 약가 인하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한 난상토론 형식의 회의를 연다.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이 주재하며 복지부 실무자 30여명과 제약업계 부장급 이상 임원 130여명 등 총 160여명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일부 중견 제약사에서는 대표가 직접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간담회를 앞두고 '건강보험법 약제 결정 개정안' 행정예고를 연기했다. 행정예고에는 약값 일괄인하를 위한 조치가 담겨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전 제약사들의 입장을 최대한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면서 "그러나 약가 일괄인하 조치를 연기한다든가 정책방향을 크게 변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중견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내년부터 약값이 평균 17%나 떨어지게 되면 제약사들의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며 "단계적으로 내리든가,아니면 인하 폭을 어느 정도 낮춰주는 것이 제약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의 약값을 평균 17% 일괄인하해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약값을 깎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총 1만4410개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 중 8776개(60.9%) 품목의 가격이 내년부터 일괄 인하될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