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가계소득은 2008년 금융위기가 끝난 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이 2009년 6월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실제 미국인들의 생활은 불황 이후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전 통계국 사무관인 고든 W 그린 주니어와 존 F 코더의 조사 결과를 인용,불황이 종료된 2009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간 미국 가계소득의 중간값(인플레이션 조정치)이 6.7%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불황이 진행된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3.2%의 두 배에 달하는 감소폭이다.

조사를 진행한 고든 W 그린 주니어는 "가계소득 급감으로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이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가계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실업의 장기화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6월 9.5%에서 올해 6월 9.2%로 소폭 하락했으나 실직자들의 평균 실직 기간은 2007년 12월 16.6주에서 2009년 6월 24.1주로 크게 늘었다.

실직 기간은 불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늘어 올해 9월에는 60년 만에 최장 기간인 40.5주를 기록했다. 구직을 포기한 인구가 증가하고,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것도 가계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됐다. 헨리 S 파버 프리스턴대 교수는 "경기후퇴기에 실직했다가 재취업한 사람들의 임금이 평균 17.5% 삭감됐다"며 "노동경제학적으로 보면 미국의 불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NBER은 지난해 9월 국내총생산(GDP)과 고용,개인소득 등 경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미국의 불황이 2009년 6월 끝났다고 발표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예전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건설 쪽에서 직장을 쉽게 구했다"며 "금융과 부동산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그쪽(금융 부동산) 취업이 막혀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