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가전업계 1위 기업인 아르첼릭은 지난해 영국 백색가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위(16.4%)에 올랐다. 2010년도 총 매출은 69억터키리라(4조6000억원)로 전년에 비해 10% 늘어났다. 유럽 내 백색가전 제조업체로는 보쉬-지멘스와 필립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덩치다. 아르첼릭의 모회사는 터키의 코치그룹.1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공룡이다. 코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가전 · 에너지 업체들을 최근 잇따라 인수,유럽 인수 · 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브릭스(BRICs · 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 및 신흥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30개 기업을 집중 소개했다.

◆IT 분야에서 두각

러시아의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카스퍼스키'(Kaspersky)는 휴대전화 감염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한 업체다. 옛 소련 시절 우주 · 핵무기 개발 등 부문에서 일한 기술자들을 대거 채용,고도의 소프트기술 개발 능력을 갖췄다. 1997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5억3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성장률은 연간 38%.미국 시만텍과 맥아피의 성장세(10~15%)를 웃돈다.

인도 대표 기업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인포시스'(Infosys)다. 인포시스는 미국 골드만삭스와 월마트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620개가 넘는 고객사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닛케이는 "중국에 제2의 거점을 세우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 중국 현지 직원을 3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中 기업 7개 가장 많아

중국의 건설 부품 제조업체 '싼이중공'(三一重工)은 올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맹활약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펌프관(62m)을 탑재한 대형 콘크리트 펌프차를 생산하는 싼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여러 대의 펌프차를 일본에 보냈다. 구멍이 난 원전 지붕을 통해 대량의 물을 뿌려 원자로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공수한 차량의 펌프관(60.96m)보다 긴 펌프관을 자랑하며 싼이의 펌프차는 일본 언론에 연일 등장했다. 싼이의 지난해 총 매출은 340억위안(6조2798억원),순이익은 69억위안으로 일본 최대 건설 부품업체인 고마쓰의 순이익보다 12% 많다.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 업체 '중싱통신'(ZTE)은 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우며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ZTE는 올 상반기(1~6월) 13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치우며 세계 시장 점유율 3%를 차지했다. 1962만대(6.2%)를 판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노키아(9786만대 · 22.8%)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6982만대 · 16.3%)에 비하면 아직 판매량이 5분의 1도 안 되지만 시장 점유율 증가율은 5년 연속 3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닛케이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국 업체가 7개나 선정된 것은 향후 세계 산업구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