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10개 우유업체가 우윳값 인상을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냈다. 지난 8월16일 원유(原乳 · 가공 이전의 우유) 가격 인상 이후 우유 생산에 따른 손실이 크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우유업체들은 정부가 이 손실에 대한 보전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을 땐 이달 안에 우윳값 인상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한국유가공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 삼양식품 연세우유 등 주요 우유업체들은 지난 7일 유가공협회 주재로 긴급 모임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유가공협회 및 10개 우유업체 공동 명의로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우유업체들은 이 탄원서에서 "원유가격 인상으로 올 연말까지 전체 우유업계 손실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손실 보전을 위해 지난 8월 하순 농식품부가 제시한 '치즈 등 수입 유가공 제품에 대한 내년 할당관세 도입' 방안을 확정짓든지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가격 인상을 업계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구했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 보전대책도 없이 우윳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한다면 낙농가에 대한 원유가격 인상분 지급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도 탄원서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우유업계가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우유사업 적자폭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압박으로 인해 우유 판매가를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어서다.

우유 1위업체인 서울우유는 우유 손실액이 하루 평균 2억5000만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손실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원유가격 인상 이후 이 회사의 손실금액은 150억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2 · 3위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하루 평균 각각 1억3000만원과 1억1000만원 선의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업체들은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이 이어지면서 경제 논리만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지경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업체들은 농식품부가 손실 보전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 대비,우윳값 인상 방안을 준비 중이다. 서울우유는 이르면 이번 주중 긴급 이사회를 소집,가격 인상안을 다룰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출고가를 원유가격 인상폭(138원) 정도로 최소화해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 계획대로 우유 출고가격(현재 1500원 내외)이 138원 인상되면 ℓ당 2200원 내외인 우유 소비자가격은 유통업체의 유통마진 등이 더해져 2450원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업계와 낙농가는 지난 8월16일 정부 중재안을 토대로 원유가격을 19.6% 올리는 데 합의했다. ℓ당 704원이던 원유가격이 3년 만에 841원으로 올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