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도박 공무원
'도박꾼의 오류'란 게 있다. 앞선 베팅의 결과가 후속 베팅에 영향을 미친다고 착각하는 심리상태를 뜻한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늘 50%다. 먼저 어떤 면이 나왔는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런데도 뒷면이 잇따라 대여섯 번 나오면 앞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심리상태에선 돈을 잃을수록 '이젠 먹을 때가 됐다'는 기대가 높아져 베팅을 계속하게 된다.

주식투자에서 특정 주식이 며칠간 하락하면 다른 요인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손절매 대신 물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오류에 빠질 가능성은 자신이 직접 돈을 걸 때 더 커진다. 복권을 살 때도 직접 번호를 고른 사람은 기계에 숫자 조합을 맡긴 사람들에 비해 당첨 기대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이들 두 집단을 대상으로 그 복권을 팔라고 요구하는 실험을 했더니 직접 고른 사람들이 평균 4배나 높은 값을 불렀단다.

'니어미스 효과(near-miss effect)'란 것도 있다. 원래는 표적에 가까운 착탄(着彈)이란 군사용어지만 도박에선 도박꾼의 오류와 유사한 심리적 함정을 의미한다. 7이란 숫자 세 개가 동시에 뜨면 코인이 쏟아지는 슬롯머신에서 7 두 개가 늘어선 뒤 세 번째 당겼을 때 7이 조금 걸치고 말았다고 치자.이는 다음 게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대부분 "거의 딸 뻔했다"고 해석한다. 막연하게 '대박'이 눈앞에 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천자 칼럼] 도박 공무원
도박은 냉혹한 확률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속절없이 빠져들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긴다. 도박중독자는 뇌 속 호르몬이나 특정한 뇌 부위의 기능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카지노에 출입한 공무원 100명이 감사원에 줄줄이 걸려들었다. 서울대 충주대 등 일부 국립대 교수는 강의를 쉬거나 조교에 맡긴 채 카지노로 달려갔고,경찰 간부는 병가를 낸 후 밤샘 도박을 즐겼다. 비상대기해야 할 소방관이 자리를 비우고 카지노로 출동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자는 350만여명으로 성인의 약 9.5%(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다. 270여만명은 상담이 필요하고,80여만명은 당장 치료해야 하는 상태란다. 캐나다 2.2%,호주 2.4%,영국 1.9%에 비해 3~5배나 높다. 도박에 중독되면 본인 인생이 망가지는 건 물론 가정까지 풍비박산난다. 중독되기 전에 절제하는 게 상책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