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사망한 스티븐 잡스는 국내 기업과 악연이 많다.

이중에서도 단연 삼성전자와의 악연이 눈에 띈다.

애플과 삼성의 관계는 올 초까지만 해도 우호적이었다.

삼성 입장에서 애플은 연간 8조원가량 액정표시장치(LCD) 등 부품을 사가는 최대 고객이고,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이 없으면 당장 스마트폰 제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은 스마트기기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구도와 달리 서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폰과 갤럭시탭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특허소송을 낸 이후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업계서는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하며 업계 1위인 애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맞소송전은 초기에는 삼성에 불리해보였으나 삼성이 전면전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성은 4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독일 법원에 통신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애플을 제소했다.

삼성은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서 여러 특허를 보유 중인데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면서 삼성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애플이 다시 맞제소로 대응하는 등 사태는 확전을 거듭하며 양측은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호주 등지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잡스는 삼성전자에 대해 특유의 독설을 뱉기도 했다.

잡스는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9.7인치 태블릿PC에 맞서 삼성 등이 7인치 제품을 내놓은 데 대해 "현재 나오는 7인치 태블릿PC들은 '도착시 사망(Dead On Arrival)'하는 운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3월 아이패드2 행사장에서는 아이패드의 초기 경쟁제품 갤럭시탭의 매출을 변호한 삼성전자 임원을 조롱하고, 2011년을 카피캣(Copycat.모방꾼)의 해라고 언급하면서 삼성전자를 가장 먼저 지목했다.

최근들어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신제품의 출시일에 맞춰 소송을 제기하고,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자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서는 양측이 등을 돌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양사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 법정 다툼과 별개로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날 잡스의 사망 소식에 곧바로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존경했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은 세계 IT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끈 천재적 기업가였으며, 그의 창조적 정신과 뛰어난 업적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조의를 표하고, 잡스의 가족과 동료에게 위로를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