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미국의 굴욕,월가를 점령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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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하는 봄 vs 낙엽지는 가을
'계급 전쟁' 부추기는 민주당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계급 전쟁' 부추기는 민주당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자임해 온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한복판에서 '미국의 모든 것을 앗아간 1%'를 공격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는 모습은 섬뜩하다. 지난달 17일 맨해튼 도심 공원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대의 군중집회는 수천명으로 참가자가 늘었고,주요 도시로 번져가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들의 구호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대의민주주의를 운영해왔다는 미국의 자부심을 여지없이 구겨놓았다.
시위대 측이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운동이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과 (빈부격차 확대에 분노한) 스페인 캠핑(acampadas) 시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것은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의 좌파 지식인은 이런 시위를 '아랍의 봄'에 빗대어 "미국의 가을이 시작됐다"고 했다던데,그 레토릭의 뉘앙스도 심상치 않다. 봄은 만물의 소생을 상징하는 계절이지만,가을은 그 반대이기에 그렇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가을'은 3년 전에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2008년 월가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로라 하던 금융회사와 GM 등 간판 제조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던 무렵,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반대하는 '티파티(Tea-party)' 운동이 맹위를 떨쳤다.
백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불거진 티파티 운동세력은 '오바마=공산주의자'라는 격한 표현까지 불사하며 의료보험 수급대상 확대 등 오바마 정부의 재정운용 방침에 반발했지만,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직자들의 집단적인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위 역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세대의 분노 표출이라는 사실은 다를 게 없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시위가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에 의해 부채질됐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갈 데까지 간 미국 재정적자를 향후 10년 내에 3조달러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그 가운데 1조5000억달러를 '부자 증세'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소득자 및 25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가계에 세금을 더 물려 추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는 "계급 전쟁(class warfare)을 부추기겠다는 발상"이라며 '일전(一戰)'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가 지금 맞고 있는 위기는 미국,일본,유럽 할 것 없이 수십년간 누적해 온 재정 확장정책의 결과물이고,가깝게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등급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부도가 속출하면서 휘청거린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량의 재정자금을 퍼부었던 것과 맞닿아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1990년대 중반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저소득계층의 표심(票心)을 겨냥해 연방법까지 고쳐가면서 도입한 것이었다.
오늘의 위기를 잉태시킨 건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포퓰리즘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의 젊은이들은 '만만한' 월가에 집단적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고,좌파 지식인들은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사회의 '이성(理性) 실종'이 걱정스럽다.
"우리는 미국의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들의 구호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대의민주주의를 운영해왔다는 미국의 자부심을 여지없이 구겨놓았다.
시위대 측이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운동이 "(아랍의 봄을 촉발시킨)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과 (빈부격차 확대에 분노한) 스페인 캠핑(acampadas) 시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것은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의 좌파 지식인은 이런 시위를 '아랍의 봄'에 빗대어 "미국의 가을이 시작됐다"고 했다던데,그 레토릭의 뉘앙스도 심상치 않다. 봄은 만물의 소생을 상징하는 계절이지만,가을은 그 반대이기에 그렇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가을'은 3년 전에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2008년 월가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로라 하던 금융회사와 GM 등 간판 제조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던 무렵,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반대하는 '티파티(Tea-party)' 운동이 맹위를 떨쳤다.
백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불거진 티파티 운동세력은 '오바마=공산주의자'라는 격한 표현까지 불사하며 의료보험 수급대상 확대 등 오바마 정부의 재정운용 방침에 반발했지만,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직자들의 집단적인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위 역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세대의 분노 표출이라는 사실은 다를 게 없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시위가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에 의해 부채질됐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갈 데까지 간 미국 재정적자를 향후 10년 내에 3조달러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그 가운데 1조5000억달러를 '부자 증세'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소득자 및 25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가계에 세금을 더 물려 추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는 "계급 전쟁(class warfare)을 부추기겠다는 발상"이라며 '일전(一戰)'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가 지금 맞고 있는 위기는 미국,일본,유럽 할 것 없이 수십년간 누적해 온 재정 확장정책의 결과물이고,가깝게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등급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부도가 속출하면서 휘청거린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량의 재정자금을 퍼부었던 것과 맞닿아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1990년대 중반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저소득계층의 표심(票心)을 겨냥해 연방법까지 고쳐가면서 도입한 것이었다.
오늘의 위기를 잉태시킨 건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포퓰리즘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의 젊은이들은 '만만한' 월가에 집단적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고,좌파 지식인들은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사회의 '이성(理性) 실종'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