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사면운동이 일었던 미국의 흑인 사형수 트로이 데이비스(43)에 대한 사형이 결국 집행됐다.

데이비스는 21일 밤 11시께(현지시간) 조지아주 중부 잭슨시에 있는 주교도소 사형집행장에서 침대에 묶인 채 독극물 주사를 맞고 숨을 거뒀다.

1989년 경찰관을 권총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데이비스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던 유족들을 향해 "나는 결백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또 유족들에게 경찰관을 죽인 진범에게 자비를 베풀어줄 것을 호소한 뒤 그의 친구와 지지자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22년의 긴 세월을 함께 했던 교도관들에게도 "나는 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있기를 소원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데이비스가 처형되자 맥파일의 유족 측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모든 것이 끝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데이비스는 이날 오후 7시 예정됐던 사형 집행을 앞두고 연방대법원에 집행 정지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날 교도소 주변에는 데이비스의 무죄를 믿는 700여명이 모여 사형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조지아주는 시위대가 늘어나자 폭동 진압용 장비로 무장한 경찰을 교도소 앞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데이비스는 사형선고를 받은 뒤 줄곧 결백을 호소해왔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자신을 진범으로 지목했던 목격자 대부분이 진술을 번복하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국제앰네스티 등 세계적 저명인사들이 사면을 호소한 덕분에 형집행이 잇따라 연기되기도 했다.

데이비스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 목격자들을 상대로 한 심리가 이뤄졌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사형 판결을 번복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조지아주 법원의 유죄판결을 유지했다.

데이비스 사건은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 등 미국 대부분 주에서 유지되고 있는 사형제의 존폐 논란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