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부당이득에 `과징금 폭탄'…한국은 법망 허술

증권팀 = 인터넷방송이나 케이블TV 등을 통한 신종 주가조작 행위가 기승을 부려 금융감독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짜고 시세조종을 시도하거나 케이블TV에 소위 `재야의 고수'가 출연해 주가를 띄우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허술한 법망 때문에 좀처럼 적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방송이나 메신저 등을 통한 작전 행위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IT(정보기술) 강국'에서만 생긴 병폐다.

주식 사기꾼들이 날뛰는 증시가 기업의 자본 조달 기능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부당이득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신종 주가조작 대담해졌다
인터넷에서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가장 큰 문제다.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카페나 커뮤니티를 개설하고서 회원을 모집하고 나서 특정 주식의 매수를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빠지는 수법이 주로 동원된다.

작전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회원제 공간이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이용된다.

증권가 메신저를 통한 허위 소문 유포는 주가조작의 주된 통로다.

증권 전문가가 공개주식설명회를 열어 특정 종목을 추천하고서 추종매매가 이뤄지면 미리 사놨던 주식을 파는 행태가 빈번해졌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인터넷방송을 운영하면서 이른바 `재야의 고수' 등을 출연시켜 특정 종목을 매수하도록 권유하는 게 가장 흔한 수법이다.

매수 유도 전에 유료 회원들에게 주식을 사놓도록 하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 이익을 챙기게 한다.

자문업자가 회원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리 특정 종목을 산 뒤 인터넷 증권방송,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당 종목의 매수를 회원들에게 권유한다.

추종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개인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긴다.

회원들은 주가조작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된다.

인터넷증권방송 유료회원들을 아예 작전세력에 포함해 집단적인 시세조종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회원들과 짜고 특정 종목의 주식매수 시간, 수량, 가격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인터넷 게시판, 보도자료 사이트, 메신저 등을 통해 허위 루머를 유포해 주가를 올리기도 한다.

특정 회사의 자회사 상장, 제품 상용화, 지분참여 등과 같은 호재성 허위 루머를 유포하고 주가와 거래량이 급등하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수법이다.

◇ IT강국이 주가조작 키웠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공개적인 주가조작 사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시장 규모가 커 주가조작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100억원 가량의 자금만 있어도 특정 종목의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에서는 최소 1천억원을 손에 쥐고 있어야 작전 종목을 겨우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 IT 강국답게 인터넷이나 메신저 등을 통한 정보교류가 워낙 활발한 점도 증권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인이다.

미국과 한국의 시세조종 적발건수를 비교해보면 이런 추론이 설득력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적발해 검찰에 넘긴 시세조종 건수는 2007년 55건, 2008년 41건, 2009년 44건, 2010년 45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4건에 달했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세조종 제재건수는 2007년 36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아닌 3부 시장에서 주로 적발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이 달라 수치를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의 주가조작이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미국은 정규 시장에서 시세조종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시세조종이 적은 것에는 강력한 처벌도 한몫했다.

미국과 영국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민사제재금을 부과하고 일본도 2004년부터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 2006년 부과한 과징금은 30억달러에 달했다.

민사제재금은 주가조작 등으로 부당이익을 챙기면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미국은 부당이득의 두 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소위 `1+1'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부당이득금이 100억원이면 200억원을 내야 한다.

한국에서도 외국사례를 참고해 주식 불공정거래로 챙긴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공시위반에 한해 부과하는 과징금을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세조종 등을 형사처벌할 때 생기는 한계점을 보완하려는 조치다.

(서울=연합뉴스) kaka@yna.co.kr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