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웩더독' 현상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대외 불안감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다 보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냉각됐던 투자심리가 20~21일 미 연방공개시장회의(FOMC)를 전후로도 크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한 카드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서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에 발목이 붙잡혀 있다. 주요 수급주체들은 모두 '사자'를 외치고 있지만 오전 10시 45분 현재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규모는 각각 331억원, 878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프로그램 매물은 장 초반부터 지금까지 2195억원 이상 쏟아지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프로그램이 현물시장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참여자들이 증시 방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 매물 출회를 매수 기회로 삼기보다 오히려 놀라서 주춤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곽 연구원은 "증시의 장기적인 방향성이 한 쪽으로 잡혀있다면 프로그램 매물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FOMC에 대한 기대는 추세 상승을 기대할 만한 요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FOMC에서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고 물가상승 부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보다는 보유채권을 장기물로 바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도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또한 시장이 예상하는 범주 안에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곽현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QE3나 유로권 국가들과의 동조 방안 등을 내놓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는 차익실현 또는 실망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FOMC를 앞두고 코스피가 1900선 부근에 이른다면 차익실현 후 현금 비중을 높여놓는 것도 전략"이라고 추천했다.

최용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의 추가적인 완화와 미국 경기에 대한 시각변화 여부에 따라서 코스피는 최근 박스권 상단인 1900선을 돌파하거나 안착 시도를 기대해 볼 만 하다"면서도 "시장 에너지의 회복세가 크게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1900선 전후까지의 반등을 염두에 둔 트레이딩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FOMC의 파고를 넘는다 해도 모멘텀(상승 동력) 없는 증시는 박스권에 갇힐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에서 시장 기대를 충족시켜줄 대책이 나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후 대기 중인 유럽 일정도 부담스럽다"며 "월말에 예정돼 있는 그리스 6차 구제금융 제공 여부, 이탈리아 국채만기의 도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승인안의 독일의회 통과 여부가 강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유로본드 도입이나 재정안정기금(EFSF) 확충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복잡한데다 합의 도출과정에서도 마찰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단보다 대응이 중요한 만큼 1700~1900포인트내 박스권 대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1700~1950선 사이의 박스권 증시가 내달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11월 이후에는 우량주의 상대 성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축적할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