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자나 마취상태의 수술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인 인공호흡기가 병원내 감염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인 병원성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에 의뢰해 작성한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예방을 위한 다기관 중재연구 및 효과분석' 제하의 학술연구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병원이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보고한 병원내 감염은 총 3천965건에 달했다.

보고된 병원내 감염을 보면 요로감염이 2천156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4%를 차지했고, 혈류감염이 1천110건(28.0%)이었으며, 병원내 감염병 가운데 치사율이 가장 높은 폐렴도 699건(17.6%)에 달했다.

특히 병원에서 감염된 폐렴 가운데 58.7%에 해당하는 410건은 중환자실 등에서 사용하는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VAP;Ventilator-associated Pneumonia)인 것으로 집계됐다.

VAP는 기계 환기를 시작할 시점에는 폐렴이 발생하거나 잠복기에 있지 않은 환자에게 기관 삽관 및 기계 환기를 시작한 뒤 48시간 이후에 발생하는 폐렴을 말한다.

보고서는 "병원내 폐렴은 병원 감염과 관련된 사망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통해 기계 환기를 받는 환자는 원내 폐렴의 고위험군이며 이 가운데 VAP는 특히 사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학전문 검색엔진을 통해 선별한 38개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수십편의 논문에 나타난 실험결과를 통계적 분석 대상의 관찰치로 전환해 실험결과를 일반화하는 분석)한 결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VAP가 발생하는 빈도는 9.7%였다.

또 사망률 분석이 있었던 6개 연구를 중심으로 메타 분석을 한 결과 VAP가 중환자실 환자의 사망 위험도를 2.03배 높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VAP는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예후에 악영향을 미치며, 막대한 치료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예방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진은 6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예방 지침을 마련해 수행하게 하고, 수행 전후의 VAP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최고 6.77에 달했던 발생률이 0.58까지 줄어들었다면서 "VAP는 적절한 예방 지침을 구성해 수행하면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병원감염질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VAP 예방 지침 시행에 따른 발병률 감소 여부를 관찰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