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가니’ 진실이 가지는 힘
[이정현 기자] 불편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불편하다’ 였다. 짐승만도 못한 교장에게 능욕당하는 장애아들의 모습이 불편했으며 거대한 권력에 짓눌려버린 안타까운 진실이 불편했다.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영화 속 내용이 그랬으며 이는 현실을 닮아있어 더 안타까웠다.

9월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마이파더’를 통해 입양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던 황동혁 감독은 이번 ‘도가니’에서도 세상에 대한 날선 시선을 가득 품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무진이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한 청각장애학교에는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청각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폭행 사건이 자행됐다. 돈과 권력으로 얼룩진 이해관계로 얽힌 주변사람들은 이를 외면했다. 어느날 아픈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어렵게 이 학교에 부임하게 된 신입 미술교사 강인호(공유), 우연히 이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게 된 그는 인권운동가 서유진(정유미)와 함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장애아동에게 자행됐던 성폭행을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직접적인 장면 묘사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재판과정에서 관객을 한명의 배심원으로 만들어 버린다. 거대한 권력과 돈, 비리 앞에 짓밟히는 진실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는 서사나 주연배우들의 연기보다는 희생자들의 상황을 통해 전달된다.

‘도가니’의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황동혁 감독의 노골적인 적대감과 맞물리며 더욱 효과를 발한다. 전관예우, 비리 공무원, 부정한 종교인, 집시법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항에 대한 문제제기는 영화가 개봉된 이후 후폭풍이 우려될 정도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인호와 서유진을 연기한 공유와 정유미의 연기는 무난함을 넘어 칭찬을 이끌어 낼만 하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영화 ‘김종욱찾기’ 등을 통해 로맨틱가이로 떠올랐던 공유는 ‘도가니’를 통해 한층 깊어진 내면연기를 선보였다. 대사가 아닌 수화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유미 역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정의를 외칠 줄 아는 당당한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도가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연두, 유리, 민수를 연기한 세 아역배우다. 영화 속에서 말 못하는 청각장애아동이자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 교직원에게 성폭력을 당해야 했던 이들은 주연배우인 공유-정유미 못지 않은 아우라를 보였다. 일부 장면들은 미성년자인 이들이 감당하기 힘들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했다.
[리뷰] ‘도가니’ 진실이 가지는 힘
추악한 진실과 정의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파고드는 황동혁 감독과 배우들은 현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벽을 마주보고 있다. 그러나 황감독과 공유는 그 벽을 깨부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라 전했다. 공유는 “영화를 통해 사회적 고발을 하기 보다는 우리가 느낀 것을 관객 분들이 함께 느꼈으면 한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지막 방어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들의 말처럼 ‘도가니’는 부조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감춰진 진실에 대한 폭로가 가득 담겨 있다. 또한 감정의 폭발을 최대한 억제한 채 가해자들의 추악한 범행사실과 이를 파헤쳐 나가는 배우들의 모습만을 그렸다.

‘도가니’는 실화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팩트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일부 장면과 캐릭터 구성, 인물관계도에서 원작 ‘도가니’와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뿌리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조금 과격할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이 눈을 감게 만들지만 이또한 ‘도가니’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9월22일 개봉. (사진제공: 삼거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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