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내 증시를 낙관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지난달 급락 이후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증시도 더딘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점 등에서 주가 하락은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되 주가의 거품이 사라진 우량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코스피지수 전망치 '일보후퇴'

골드만삭스는 당초 2500으로 제시했던 연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지난달 30일 2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12개월 예상치는 2600으로 제시해 올 하반기보다 내년 상반기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계 증권사인 맥쿼리 역시 2600이던 예상치를 2200으로 내려잡았다.

하반기 목표치를 2300으로 제시해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던 서영호 JP모간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지수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2000선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될 경우 저점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심리가 확대되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의 위축 정도를 표시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외부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펀더멘털 여전히 견조"

눈높이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여전히 한국 증시의 긍정적인 면모에 주목하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내수 성장과 이머징 수출 비중 확대로 한국 경제의 외부 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국내 재고 수준이 2008년 위기 때보다 낮아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졌고 국내 기관 매수세가 견조하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송기석 메릴린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연기금과 기관이 외국인 매물을 상당 부분 소화해낸 덕분에 지수 낙폭이 과거 급락 국면에 비해 제한됐다"며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증시 반등을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8.5배에 그쳐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은 경계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장 대표는 "이번달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를 웃돌 경우 글로벌 리세션 우려와 함께 증시 반등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폭과대 · 내수주로 포트폴리오 균형

이들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되 투자 대상을 압축하고,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 센터장은 "이익 가시성이 뛰어난 낙폭 과대주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이익 개선이 확실해 보이는 업종 대표주로 현대모비스 현대백화점 하나금융 삼성SDI 삼성중공업 GS 코리안리 고려아연 등을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