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에서 탈출하라." 골드만삭스가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발송한 보고서 내용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런 브라질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지난달 16일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이에 따른 투자전략을 담은 54쪽의 보고서를 발송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유럽은행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유로화 가치 하락과 유럽은행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경제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암울한 전망도 덧붙였다.

◆유럽은행 위기에 처할 것

골드만삭스의 경고 "유로화서 탈출하라"
골드만삭스는 우선 유럽은행들의 자본 부족분이 1조달러에 달하며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77개 유럽 금융회사의 차입 현황 등 상세한 정보와 함께 차입비율이 높은 일부 은행을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유럽 전체가 위기상황을 쉽게 탈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브라질 수석전략가는 위기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구체적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유로화 하락에 대비해 스위스프랑 대비 유로화 약세에 베팅하는 6개월짜리 풋옵션을 살 것을 권고했다. 또 유럽 금융기관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질 때 가치가 올라가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지수 상승에 베팅하라고 제안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실 위험이 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 국채를 다수 보유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의 부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PIGS 국가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존 은행들의 자기자본이 2000억유로가량 잠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자본은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총자본에서 우선주와 무형자산을 제외한 값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은행들이 연쇄 부실화될 경우 은행권이 유럽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예상치의 두 배 이상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국도 암울

골드만삭스는 또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가 지적한 핵심문제는 고용이다. 과거 미국 고용 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소기업 고용이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추가로 빚을 내서 빚을 막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국가 부채를 늘려 소비자들을 지원했지만 일자리를 창출할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이 과거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금융위기 전에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하고 헤지펀드 등 고객들에게 주택시장 약세에 베팅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한편 유럽 재정위기 촉발 이후 골드만삭스가 유로화에 대해 두 번이나 예측을 잘못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3월 그리스 재정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기도 했다. 2009년 말에도 골드만삭스는 달러매도 유로매수 전략을 택했지만 유로화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