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현금 늘리자"…주식ㆍ펀드ㆍ랩 비중 축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오는 7일 공개되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 "증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코스피지수가 6거래일 연속 오른 1일,서울 강남권의 증권사 영업점 분위기는 여의도와 달랐다. 거액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대부분 상승세에 편승해 주식을 더 사들이기보다는 지수 반등을 기회 삼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이나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원배 대신증권 영업부 차장은 "'오바마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호재가 증시에 반영된 만큼 발표 후에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우선진 동양종금증권 강남대로금융센터지점장은 "글로벌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고객들과 보유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하기로 했다"며 "반등폭이 컸던 종목은 이미 팔았고 코스피지수 1900대에서 추가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은 삼성증권 SNI호텔신라지점장은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서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현금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주식형펀드와 랩을 1800대에서는 투자금액의 10~20%,1900선을 넘어서면 30~40%까지 환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많게는 60% 이상 줄이겠다는 고객들도 있다. 서재연 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마스터PB는 "몇몇 고객은 이미 이전에 보유했던 위험자산을 절반까지 현금화한 상태"라며 "앞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비중을 낮추겠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 차장도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였던 고객들이 반등을 이용해 50% 수준까지 낮추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지수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고민에 빠진 투자자들도 있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강남2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1950 사이에 오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려 했지만 생각보다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관망세로 돌아선 투자자들이 많다"며 "일단 1950선까지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PB들은 불투명한 장세에 맞춰 여러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 지점장은 "고객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진 만큼 수익률은 낮더라도 만기가 짧은 6개월짜리 주가연계증권(ELS)을 맞춤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PB는 "단순한 주식형펀드보다는 인덱스펀드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