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급반등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상승률이 28.9%에 달했다. 올 상반기 노후 선박에 대한 폐선(廢船)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데다 최근 브라질과 호주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철광석 및 석탄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달 31일 1619로 전날에 비해 5.3% 상승했다. 1주일 전에 비해선 17.0%,한 달 전과 비교하면 28.9% 뛰었다. 지난해 6월 초 4000을 넘었던 BDI는 물동량에 비해 선박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서 지난 7월 말 1200 중반까지 떨어졌었다.

지난달부터 BDI가 반등한 것은 철광석 등을 주로 실어나르는 케이프사이즈급 선박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케이프사이즈지수(BCI)의 급등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선박 규모가 가장 큰 케이프사이즈급의 BCI는 전날 2598을 기록,하루 상승률이 11.4%에 달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49.5% 올랐다. BDI는 BCI를 비롯해 발틱파나막스(BPI) 발틱슈퍼막스(BSI) 등 다양한 선박 크기별 운임지수를 종합한 대표 지수다.

BCI가 이처럼 올라간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세계 최대 철광석 수요국인 중국 내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올라가 수입산 철광석보다 비싸지면서 중국 업체들이 철광석 수입을 지난달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 케이프사이즈급 선박 운임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브라질과 호주산 철광석이 중국으로 들어가면서 이들 항로의 운임이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노후 선박에 대한 정리가 본격화된 것도 최근 BCI 및 BDI 상승 배경으로 꼽혔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올 들어 7월까지 해체된 선박 규모는 541척,2482만DWT(중량톤 · 화물적재량)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중 벌크선이 1482DWT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 폐선 수가 많았던 2009년 연간 벌크선 폐선 규모가 1043DWT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폐선 물량"이라고 전했다. 벌크선 중심의 해운회사인 STX팬오션 주가도 BDI와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BDI 전망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올해 케이프사이즈급을 중심으로 벌크선 해체물량이 사상 최대에 이르는 데다 10월부터 미국 등 북아메리카 지역의 곡물 수확과 함께 벌크선 시황이 성수기에 진입해 당분간 BDI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폐선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긴 하지만 시황이 좋았던 2007년과 2008년 상반기 발주된 선박이 건조를 끝내고 계속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여전히 선박 공급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BDI 상승은 중국의 철광석 수입으로 브라질 지역 운임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지속적인 상승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