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은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외견상으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지역 ·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이상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력 수출 품목으로 분류되는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의 수출 둔화다.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1% 감소한 40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D램 단가 하락,업계 재고조정 등의 영향으로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유럽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TV의 최대 수요처 중 한 곳인 유럽의 경기가 꺾이면서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 수출은 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에 달했다. IT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IT 제품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 불안으로 당초 상반기로 점쳐졌던 반도체 D램 가격의 저점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재정위기 여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8월 대(對)미 수출은 2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9% 줄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10.7%였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이에 대해 "지역별 수출 실적은 20일까지의 잠정 집계치"라며 "자동차 수출 등은 대부분 월말에 몰려 있어 최종 통계치에선 증가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30%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무역흑자 폭을 줄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에는 원유 석탄 등 에너지자원의 도입단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원유 도입단가는 작년 8월 배럴당 74.4달러에서 지난달 112.3달러로 51% 치솟았다.

이에 따라 도입 물량은 같은 기간 270만배럴 줄었지만 도입 금액은 오히려 56억2000만달러에서 81억9000만달러로 45.6%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가 하반기 무역흑자 기조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