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공포나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적립식 투자입니다."

올해 들어 2200선을 넘었던 코스피가 단기간에 무너지더니 1600선까지 떨어졌다. 꾸준한 강세장을 이어가던 2009년이나 2010년과 다르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적립식 투자의 장점도 다시 부각되는 중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적립식 펀드의 판매잔액은 54조2530억원으로 전달보다 2810억원 증가했다.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은 줄기차게 감소세를 기록해왔지만 올해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세달째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총 펀드 판매잔액 중 적립식의 판매 비중도 5월 18.36%에서 6월 18.75%, 7월 18.97%로 꾸준히 늘어났다.

금투협 관계자는 "5월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적립식 펀드 판매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투자 금액과 시간을 분산해 증시 변동성이 있을 때 평균단가를 낮춰가면서 장기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적립식 투자의 목적이다.

특히 증시가 조정받을수록 한꺼번에 돈을 넣는 거치식 투자보다 조금씩 나눠서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가 1350선에서 1700선까지 조정 없이 올랐다고 봤을 때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면 거치식이 25.9% 수익률로, 적립식 수익률 19.63%보다 높았지만, 증시가 조정을 받았을 때에는 조정의 골이 깊을수록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이 우수했다.

지수가 1350선에서 1200선까지 떨어졌다 1700선까지 반등했다고 가정하면 거치식의 수익률은 똑같이 25.9%지만, 적립식의 수익률은 33.80%로 높아졌으며, 900선까지 조정을 받았을 때에는 적립식 수익률이 57.41%로 크게 상승했다.

조정을 받을 때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은 덕분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투자의 경우 특히 위험관리에 있어 적립식 투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25~20세 투자자들은 적립식 펀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나 운용사들의 적립식 서비스도 다양해져 투자자들의 선택권도 늘어났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매월 일정한 날짜에 일정한 금액을 기계적으로 적립하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증시가 떨어지면 더 많은 자금을 넣고, 오르면 적립액을 줄이는 등의 진화된 적립식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이 올해 2월 선보인 '파워적립식 패키지'는 지난달 29일 2만 계좌를 돌파했다. 이는 투자자가 주가흐름에 따라 투자자산, 적립방법, 적립주기, 레버리지옵션 등 다양한 투자방법을 직접 설정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시장 상황에 따라 월 적립금을 자동 조정하는 '스마트 차곡차곡 플랜'을 제공하고 있으며, 하나대투증권은 주가 수준에 따라 자동매수금액을 자동 조절하는 '서프라이즈 자동매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투자자가 직접 주식처럼 매매해야 했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적립식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일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ETF를 자동으로 분할매수해주는 '우리 스마트인베스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대투증권은 ETF를 활용해 적립식으로 분할매수하고 자산배분 전략을 꾀하는 '하나 액티브ETF 적립식랩' 상품을 내놨으며, 삼성증권도 ETF를 매달 일정 날짜에 자동매수해주는 '삼성 POP 주식드림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2007년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가 3년~5년이 지나 만기를 맞이하면서 더 스마트해진 적립식 투자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