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그림 선물을 위한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가 오는 12일까지 펼치는 '한국미술 컬렉션'전은 '용기와 희망,그리고 운치'를 주제로 한 추석 선물 기획전이다. 술이나 과일,의류 등 평범한 선물에서 벗어나 '문화'를 선물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것.슈퍼마켓에서 장보듯 미술품을 고를 수 있는 '아트마트' 형식이다.

직장인과 주부를 겨냥한 이번 전시에는 인기 화가 50여명의 1~10호 작품 100여점이 출품됐다. 가격은 80만~500만원.그림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화랑의 문턱을 낮추자는 게 기획 취지다.

작가 리스트도 화려하다. 황영성 광주시립미술관장을 비롯해 김춘옥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오승우 예술원 회원,이두식 부산비엔날레운영위원장,김태호,오용길,김덕용,주태석,전준엽 씨 등 인기 작가들이 망라됐다.

특유의 문양화된 화법으로 유명한 황영성 씨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정겨운 가족을 묘사한 작품 2점을 내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훈훈한 가족애를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두식 씨는 힘차게 뻗어나가는 필력과 원색으로 희망을 묘사한 10호 크기의 신작을 걸었다. 호방한 필치로 화면을 수놓은 색감에서 시적 감수성이 느껴진다. 김덕용 씨는 나무판에 묵은 된장처럼 추억을 채색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 책상에 앉아 졸고 있는 소년의 이미지는 유년의 기억을 건드린다.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는 전준엽 씨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5호 크기 신작 '빛의 정원에서' 시리즈 2점을 출품했다. 꽃과 새,낚시질하는 사람의 이미지에서 '심상의 미학'이 도드라진다. 복숭아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한운성 씨의 작품은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호당 50만원을 호가하는 주태석 씨의 작품은 쭉쭉 뻗은 나무를 빛과 그림자로 대비시켜 청량감을 더해준다. 기억 속의 여인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임종두,고향집 화단의 꽃을 즐겨 그리는 장혜용,보름달 아래 꽃과 나비를 그린 이희중 씨도 그림으로 마음의 선물을 건네는 다양한 화풍을 내보인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한가위를 맞아 고향의 추억을 어루만지는 작품들을 모았다"며 "미래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선물하는 기분으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2003-839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