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증시에서는 조선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가 연간 수주목표의 대부분을 이미 달성했고,일부는 초과 달성해 수주부문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제조원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가격 인상으로 하반기부터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중흥기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제2 중흥기 맞는 조선업계

조선업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8% 늘어난 334억9000만달러로,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반기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톤(t)수는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1895만DWT로,전 세계 발주량의 47.2%를 차지했다. 발주금액 기준으로는 전 세계 발주의 60.6%를 국내 업체들이 독식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현대중공업은 조선 · 해양부문에서 연간 수주목표치의 81%인 161억달러어치를 신규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목표치인 115억달러를 초과한 142억달러를 수주했고,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치의 81%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상장 조선업체들의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30~40% 급락한 상황이다. 수주와 실적이라는 내부요인보다 유로존 금융회사들에 대한 신용경색 우려와 선진국 경제지표 악화라는 주변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어서다.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수요는 전 세계 실물경제의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박의 경우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60% 이상을 금융회사를 통한 조달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여신환경 변화는 선박투자의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 주가조정은 과도

최근 조선업체들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 대부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1.0배 전후까지 떨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근 조선시장의 상황이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2008년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달리 최근 발주 상황은 공급을 초과하는 과잉발주 상황이 아니다.

2011년 상반기 발주량이 톤(t)수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39.7% 감소했지만 금액기준으로는 오히려 18.7% 증가했다. 고가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으며,저가인 벌커와 탱커의 발주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2008년 이후 주요 금융회사들의 여신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능력과 우량 담보자산을 보유한 상위 해운선사와 선주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상위 발주처들이 주로 운용하는 고부가 선종 중심의 발주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금조달 여력이 큰 상위권 발주처들에 신규 자금이 집중된다면 대형 · 고가선종 중심의 신규 발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는 결국 대형 3사 중심의 수주 편중화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고부가가치 선종,해양플랜트 설비 분야에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중 · 소형 조선업체들과 대형 조선업체 사이의 차별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털 자원개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해야

클락슨에 따르면 2010년 1억5100만DWT였던 전 세계 선박건조량은 2011년 1억2300만DWT,2012년 1억1600만DWT로 감소한 뒤 2013년부터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부문의 2009~2010년 발주 감소에 따른 조선업계 건조량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과거 2006~2008년까지의 발주 호황세가 단시일 내에 재현되기는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조선업계로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벌크선,탱커와 같은 전통적 선박분야의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결국 에너지 중심의 고부가선종에 수주활동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자원개발 관련 설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부문의 경우 현재의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저선가 선종보다는 고가 선종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수주 · 영업활동을 확대하고,해양과 플랜트 등 비(非)선박 분야의 영역을 확대해 변동성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지향해야 할 보다 궁극적인 사업방향은 선박과 자원관련 설비의 제조업체로서 선종 다변화에 '올인'하기보다 자원개발과 관련한 토털 솔루션 회사로 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육 · 해상 오일 · 가스의 개발 · 생산 · 유통 판매를 총괄하는 종합 기업으로 국내 조선업체들이 변신한다면 지금보다 진일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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