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을 위해 평가 요소(지식 · 기술 요소,행동 요소,조직적 합성 요소,심리적 요소)가 정해졌다면 각각을 검증할 평가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평가센터(AC) 방법에서는 지필검사(paper & pencil test),면접(interview),실행과제(simulation) 등 세 가지 형태의 평가도구를 선택,조합해서 사용한다.

지필검사는 문서 형태로 검사의 문항이나 질문을 제시하고 응답자가 각 문항에 직접 체크하거나 별도로 제공된 OMR 답안지 등에 자신의 응답을 체크하게 하는 평가도구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좋다. 여러 평가도구들의 상대적 유용성을 비교한 연구에서 표준화된 지필검사가 개인의 심리적 요소를 알아보는 데 가장 뛰어나며,제공하는 정보 또한 풍부하고 공정하다고 미국 국립과학원은 밝히고 있다.

또 극심한 취업난으로 소수 한정된 일자리에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선발 프로세스 초기에 최소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허수 지원자들을 걸려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채용 과정에서 지필검사 방식으로 후보자를 자체 검증하거나 그 결과를 첨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 면접의 리스크…'구조화'로 해결

지필검사의 방식을 띠는 검사로는 인성검사,적성검사,조직적합성검사,임상검사,일반상식 및 전공지식검사 등이 있다. 인성검사(혹은 성격검사)는 개인의 성격적 특성,태도,가치관 등을 측정한다. 정해진 답이 없고 패턴이나 프로파일이 회사의 기준과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본다. 적성검사는 말 그대로 개인의 적성을 측정하는 검사로 일반적인 지능검사(IQ)의 형태와 비슷하다. 언어능력,수리능력,공간지각능력,추리능력 등을 평가한다.

조직적합성검사는 한 개인의 가치관,태도 등이 지원한 회사의 조직문화,가치,업무환경,스타일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입사 후 조기 퇴직 가능성을 내다보게 한다. 임상검사는 한 사람의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정신병적 이상 유무를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일반상식이나 전공지식검사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시험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면접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평가도구다. 지원자와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서류 전형,지필검사 등 다른 평가도구에서 얻을 수 없는 시각적 · 청각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류상의 미비한 사항이나 이전의 평가 단계에서 확실히 밝혀내지 못한 의심스러운 대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람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되는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흔히 면접관의 역할은 기업의 간부들이 하는데,이들은 자신의 조직 경험이나 나이 연륜 같은 것을 내세워 "딱 보면 안다" "느낌이 온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모든 지원자에 대해 혹은 한 사람의 지원자에 대해 모든 면접관이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면접 대상자에게 동일한 절차에 따라 동일한 질문을 하고 동일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도록 표준 · 체계화시킨 면접을 구조화면접(structured interview)이라고 한다. 구조화면접에서는 사전 작업을 통해 어떤 요소를 평가할지 정하고 그 평가 요소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할지,좀 더 깊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질문(탐침 질문)은 어떻게 할지,각 응답을 어떻게 점수화할지를 정한다.

#주관적 판단에 의한 채점의 함정

구조화면접 기법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행동사건면접(BEI,behavioral event interview) 기법이다. BEI에서는 지원자가 과거에 발휘했던 경험을 얘기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추가 질문을 통해 그 경험(행동)의 강도나 수준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책임감'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지원자가 학창시절 혹은 사회생활 중 책임감을 발휘했던 경험을 얘기하도록 하고 응답 내용에 따라 그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가장 큰 문제점이나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그래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의 질문을 한다. 이때 지원자가 응답한 내용들은 면접관 주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주어진 응답 목록에 따라 점수를 주거나 체크하게 된다.

실행과제는 AC 방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평가도구다. 최대한 실제 직무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 지원자가 입사 후 직접 수행하게 될 업무나 역할을 과제로 제시한 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어떤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 · 기록해 평가하는 도구다. 예를 들어 운전사를 선발한다면 직접 운전을 시켜보는 것이고,마케팅 인력을 선발한다면 직접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보게 하는 것이다.

실행과제에는 인터뷰 시뮬레이션,분석 및 발표,정보 찾기,사례 분석,집단 토의,서류함 기법(in-basket),비즈니스 게임 등이 있다.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고 복잡하다. 매번 모든 과제를 다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평가센터의 목적 및 평가 대상,평가 환경 등에 따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실행과제를 선정해 활용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서류함 기법,집단 토의,분석 및 발표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읽는 평가

서류함 기법은 말 그대로 서류함에 들어 있는 여러 서류들과 과업 지시서,메모,이메일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평가하는 실행 과제다. 회사에 들어와 자기 책상에서 혼자 처리해야 하는 일의 수행을 예측해볼 수 있다. 집단 토의는 특정 입장이나 역할을 부여받는지와 리더 임명 여부에 따라 그 형식이 달라지며 입사 후 회의나 미팅 등 여러 사람과 어울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의 역량을 알아볼 수 있다. 분석 및 발표는 제시된 관련 자료들을 분석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제다. 분석적 · 논리적 사고력 같은 역량을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이런 실행과제가 선발이나 평가 장면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다른 평가도구들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선발 및 승진 평가에서 사용되는 다른 평가도구(서류전형,면접,인사고과)들은 지원자가 과거에 만들어낸 성과와 수행의 정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실행과제는 입사 후 혹은 승진 후 맡을 자리에서 정말 일을 잘할 사람인가 하는 미래 성과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예컨대 사원일 때는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는 성과가 저조하다거나,학생 시절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입사 후에는 조직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선발이나 승진을 위해 평가를 하는 주 목적이 선발한 뒤 혹은 승진 후에 일을 잘할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것임에도 서류전형이나 인사고과 등의 다른 평가도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성과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어떤 일을 잘한 사람은 새로운 일도 잘할 가능성이 높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다른 평가도구가 갖고 있는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주는 것이 실행 과제라는 평가도구인 셈이다.

또 평가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제 직무와 관련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다른 어떤 평가도구를 적용했을 때보다도 제대로 평가받았다고 느끼는 평가 수용도가 높아지게 된다. 반대의 경우 선발 결정에 대한 소송이나 불만으로 조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기업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실행과제는 과제에 임하는 평가 과정 자체가 미래 직무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고,자신의 약점을 보완 · 개발할 수 있는 교육 효과를 줄 수 있어 직원들의 역량 향상이라는 부가 소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평가를 목적으로 할 때는 AC라고 하지만 동일한 기법을 교육 목적으로 활용 · 적용할 때는 개발센터(DC,development cen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재림 하우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