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자와 옆구리를 문드러지게 하고,근후함을 옮겨가니 해로움이 참으로 깊다. 대도(大道)를 통하고 자연과 합하니 공(功) 역시 작지 않다. 근심을 잊고 나를 잊게 해주니,너와 함께하면 도도해지는구나. ' 조선조 중기 문인 이해수(1536~1599)의'주덕찬(酒德贊)'이다.

술의 효용은 다양하다. 기분 전환,인간관계 활성화,영감 촉진,노동효율성 증대 등.문제는 과음이다. 술 취한 상태는 4단계로 나뉜다. 입이 풀어지는 해구(解口),곰보가 보조개로 보이는 해색(解色),원한을 푸는 해원(解怨),인사불성 상태인 해망(解忘)이 그것이다.

해색 단계를 지나면 걷잡기 어렵다는 건데 술의 속성상 그 전에 끝나는 일은 흔치 않다. 결과는 심각하다. 국내에서 음주 관련 질환으로 드는 비용만 한 해 6조원이 넘는다는 마당이다. 뿐이랴.성범죄와 가정폭력 60% 이상,신체 상해 및 강 · 절도 사건 40% 이상이 술김에 일어나고,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자살 및 상습 폭행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고 100배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주 후의 상습적 행패나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건 음주 행태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안이한 인식 및 관대한 처벌 탓이다. '술 취한 ?C'라는 식으로 못본 체하거나'그럴 수도 있다'는 태도가 사태를 키우는 것이다. 음주 상태를 심신 장애로 취급,형량을 감경해주는 법도 음주 악행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경찰의 '주폭(酒暴)' 척결운동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폭이란 만취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사회적 위해범을 뜻한다. 충북경찰청에서 시작한 걸 계기로 올초 경찰청이 전국 지방경찰청에 지시한 결과 지난 7월까지 494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단일 건으론 처벌되지 않거나 기껏해야 경범죄로 다뤄져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일정기간 저지른 범죄를 모아 입증함으로써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다.

음주 행패는 엄연한 범죄다. 관대한 처벌은 재범을 유도할 뿐이다. 경찰의 주폭 척결에 박수를 보내거니와 과음 및 습관성 음주를 막는 사회적 캠페인도 시급하다. 방송과 영화 등에서 툭하면 소주병을 잔뜩 늘어놓고 마시는 장면 등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주폭 척결 및 과음 방지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 국가적 문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