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리게만 여겼던 막내아들이 홀로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멀리 떠나기 전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시간도 함께 보내기 위해 외국인에게 이미 유명 쇼핑 코스가 된 서울의 큰 재래시장을 찾았다. 한국 문화와 제품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매스컴을 통해서만 전해 듣던 한류 열풍의 중심지와 다름없었다.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외국인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필자는 예전부터 상인들의 퉁명스럽고 강압적인 판매 행위나 말투 등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한국인의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면서 재래시장 역시 불친절함을 벗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재래시장을 둘러보면서 그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상인들의 손님 응대는 여전히 거칠었다.

작년 한 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80만명에 달했다. 머지않아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 호텔 신축 바람이 불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반해 최근 한국 관광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쇼핑에만 내몰려 제대로 된 관광을 하지 못하고,쇼핑할 때조차 불친절한 상인들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5월 300여명의 프랑스 한류 팬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SM타운 파리 콘서트' 티켓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애절한 시위를 벌였다. 며칠 전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천한류관광콘서트에도 단체 예약을 한 프랑스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해외 팬들과 매체가 몰려 한류를 실감케 했다.

한류는 관광,'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판매,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발전시키기에 따라서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한국 관광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기회다.

외국 관광객들이 필자가 재래시장에서 지켜 본 것과 같은 불친절함을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사소한 경험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잠깐이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안고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을수록 한류는 잠시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지속적인 문화가 될 것이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대대로 내려오는 '한국의 정'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면 그들 마음속의 한국은 드라마 속 어떤 장면보다 아름답게 남을 듯싶다. 한류에 대한 선풍적인 열기와 박수를 보내는 K팝의 젊은 주인공들이 미래의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큰 고객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세련된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박현구 < 한국지멘스 헬스케어 총괄대표 hyeongu.park@sieme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