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을 중심으로 기관들이 매수세를 강화해 나가면서 코스피 지수를 4%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펀드로 자금 순유입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주식 비중을 늘리지 않았던 운용사들이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대형주 위주로 사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오후 2시41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9.93포인트(4.09%) 치솟은 1780.83을 기록하고 있다. 오후 들어 오름폭을 급격히 늘려나가는 모습이다.

이날 지수를 견인하는 것은 기관 자금이다. 현재 투신에서 2479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기관이 3768억원 매수우위를 기록중이다.

기관은 지난주 증시가 급등락하는 와중에서도 계속해서 주식을 팔아왔다. 지난 16일부터 19일 동안 기관은 8521억원을 순매도했고, 이 중 운용사 등 투신도 3770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펀드로는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7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돼 이 기간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이에 현금 여력이 큰 운용사들이 드디어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펀드로 자금은 들어왔지만 기관들은 오히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면서 주식 편입비는 줄고 현금 비중이 높아진 상태"라며 "이 상태에서 시장이 반등하면 펀드 수익률이 시장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대형주 위주로 매수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특히 그 동안 시장 대비 큰폭으로 급락했던 자동차와 정유·화학주의 경우 저평가 매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김상미 우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도 "보통 95% 이상 펀드에 주식을 편입하는데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식 비중을 90% 정도까지 줄여놨었다"며 "최근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살 만한 싼 종목들이 다수 생겼다"고 밝혔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예전처럼 펀드 환매 러시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국 증시 역사상 투매 때 주식을 팔아서 성공한 적이 없고, 투매 때 주식을 사서 실패한 적 없다는 격언을 투자자들이 깨달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기업 펀더멘털이 나빠진 게 아닌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20%씩 빠진 것은 과도한 급락이라고 본다"며 "저가매수에 나설 만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