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업종주가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

23일 오후 1시 58분 현재 전기·전자업종은 5.43% 상승했다.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자들이 10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579억원, 342억원 매도우위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기보다 그동안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있다가 냉정을 되찾아가는 국면"이라며 "외국인이 매도 규모를 축소하고 기관이 낙폭이 과했던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만2000원(6.22%) 상승한 73만4000원을 나타내고 있으며 하이닉스도 6.35% 오른 1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는 기관의 '사자'세와 더불어 외국 반도체업체의 감산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상승 탄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 메모리는 감산 가능성에 관측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공급조절을 통한 D램 가격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엘피다의 감산 결정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전세계 반도체 D램 시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는 엘피다가 실제로 감산에 들어간다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피다 등 경쟁업체의 감산은 수요 축 개선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조정을 통한 저점 형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감산 관련 소식은 반도체 D램 가격에 대한 저점 형성에 시장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신호"라며 "길게 보면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공급업체들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PC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감산을 통해 공급부분이 조절되면 D램 가격에 하방경직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엘피다 등 경쟁업체들의 감산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는 모멘텀(상승 계기)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 모멘텀과는 별개로 대형주 중심의 수급 개선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범호 애널리스트는 "현재 수급 상황은 쪼그라들었던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되는 시그널(신호)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차익실현 매도 물량으로 인해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측면을 열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