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2차 '패닉'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주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을 막기 위한 정책 변수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 흐름을 반영해 이번주 초 코스피지수는 1700선을 재차 위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가 '팔자' 우위로 돌아서면서 국내 수급마저 꼬여가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주 연속 하락한 데다 1700선 아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로 청산가치 수준에 근접한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주말에도 이어진 외풍

지난 19일 국내 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보인 후에도 해외에서는 부정적 소식이 잇따랐다. 독일 지수가 2.19% 떨어진 것을 비롯해 유럽 주요 지수들은 1~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은행들의 신용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진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1.57% 하락했다.

유럽 정책 공조는 삐걱거렸다. 유럽연합(EU)은 유로본드와 관련한 보고서를 유럽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안 이행을 놓고서도 유로존 국가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황이 점점 나쁜 쪽으로 가고 있다"며 "정책적 대응을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잠 못 이룰 국내 증시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이번 패닉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의 적극적 정책 대응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주는 미국 7월 내구재 주문(24일)과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콘퍼런스 연설(26일)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심리지표들은 망가졌으나 실질지표인 내구재 주문은 상대적으로 좋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를 거론하면 단기적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유로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3일 나온다. 그동안 유로존 PMI는 국내 증시 영향력이 떨어졌지만 이번은 유럽 재정 불안의 부정적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 국채 발행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이 기대되는 중국 7월 경기선행지수(25일)도 관심사다.

◆1700선 이탈 가능성도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외 불안 요인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시장 심리가 극도로 취약한 상황이어서 1700선을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4주 연속 하락한 상황이어서 '패닉 셀링(공포 매도)'이 재연되지 않는 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팀장은 "지난 9일 장중 저점인 1680선이 단기 저점일 것"이라며 "그 아래라면 주가가 청산가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의 진통은 단기간에 끝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이번주 Fed의 잭슨홀 미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반등한다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