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운동으로 인도 정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반부패 운동세력이 의회통과를 강력히 요구하는 법안과 정부측 법안의 차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크팔'(힌디어로 옴부즈맨) 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반부패 사회운동가 안나 하자레가 지난 4월 단식투쟁을 통해 시민사회와 정부가 각각 만들어 의회에 상정키로 정부측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민사회와 정부는 이후 두 법안을 통합해 의회에 상정하려 했으나 실패해 현재 정부 법안만 의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하자레는 더 강력한 시민사회 로크팔 법안의 의회통과를 위해 지난 16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임에 따라 인도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
사실 로크발 법안이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니다.

1968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여러 번 다시 성안됐으나,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의회란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만큼 논란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올해 만들어진 정부 법안과 하자레가 주도해 성안한 시민사회 법안도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현지언론의 분석이다.

핵심 쟁점을 보면, 시민사회 법안은 총리와 사법관리도 부패혐의를 받는다면 로크팔의 조사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 법안은 이에 반대한다.

정부는 다만 총리가 해직되면 로크팔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고 사법관리도 '사법부 감사법안'에 따라 조사받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사법부 감사법안이 추후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로크팔법처럼 해당 혐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이 부패에 연루됐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와 정부는 판이한 견해를 갖고 있다.

시민사회는 의원이 뇌물을 받고 의회에서 투표하거나 특정 단체나 개인을 위해 호의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올 경우 로크팔은 해당 의원을 당연히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정부는 의원의 면책특권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정부가 의원들에게 수뢰 '허가증'을 주는 셈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이 민원처리를 규정된 시간에 하지 않고 늦출 경우도 문제다.

인도의 상당수 공무원들은 당연히 처리해야할 민원을 뚜렷한 이유없이 지연해 결국 사정이 급한 민원인에게서 '급행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공무원의 이런 행위를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공무원은 로크팔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정부는 공무원 처벌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도 당초 이런 공무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이후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또 시민사회는 '중앙수사국'(CBI)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로크팔 기구에 넘겨야 한다고 법안에 명시하고 있으나 정부는 CBI는 존속시키면서 필요하면 직원을 로크팔 기구에 파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로크팔 기구의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시민사회는 로크팔 기구를 28개 주(州)마다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로크팔 기구를 중앙정부에만 두고 각 주에 둘지는 주정부에 맡겨두자고 말한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시민사회는 로크팔 법을 통해 부패에 대한 내부고발자와 목격자, 희생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다른 법에 내부고발자 보호조항을 두면 되지 않겠느냐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법안내용 차이와 관련, 만모한 싱 총리는 지난 20일 하자레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하자레도 다음날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해 조만간 법안과 관련한 대화가 공개적으로 또는 물밑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