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몸살을 앓은 국내 증시는 다음 주에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그가 26일 잭슨 홀 연설에서 강력한 처방전을 꺼낸다면 기술적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새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아직은 우세하다.

미국 내부 정치권의 갈등과 고질적인 부채문제 때문에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하루만에 6% 이상 빠질 정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쉽다.

위기의 진앙지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거릴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현 위기가 세계 신용경색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며 조심스럽게 `완만한 상승 '쪽에 무게를 뒀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경기침체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전날보다 172.93포인트(1.57%) 하락한 10,817.65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증시도 동반 약세였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1.01% 내렸고,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 40지수는 각각 2.19%, 1.92%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이번 주 코스피는 지난 주말보다 2.70%(48.43포인트) 내린 1,744.88로 장을 마쳤다.

광복절 휴장 사이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16일 코스피는 4.83% 급등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정상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면서 상승분을 내줬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종전의 4.2%에서 3.9%로 내리고,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기존 4.5%에서 3.8%로 낮춘다고 18일 발표했다.

그 여파로 19일 코스피는 6.22% 급락했다.

전기전자(IT), 화학, 정유,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 수출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다음 주 증시상황도 썩 좋지는 않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3차 양적완화(QE)에 대한 회의론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이번 주 잭슨 홀의 이벤트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보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이미 예견된 절차였다.

9월에는 일본 대지진 여파와 유럽 재정위기의 반작용으로 실물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0.10%(0.5포인트) 내린 474.6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6일부터 18일까지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19일 세계경기둔화 우려에 6.53% 급락했다.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음식료, 섬유의복, 게임,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등 내수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기관은 지난주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 2천54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2천57억원을, 개인은 376억원을 각각 팔았다.

기관투자자가 코스닥 비중을 늘리고 있어 기관이 선호하는 코스닥 종목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실적전망이 더 좋기는 하지만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옥석 가리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혜진 기자 hope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