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가더라도 침뜸 계속할 것"

한국에서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증이 없어 한의학계와 갈등 속에서 진료를 접은 구당(灸堂) 김남수(96) 한국정통침구학회 회장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의료 활동 재개에 나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외국이라 하더라도 김 회장이 한국인을 상대로 진료를 할 경우 여전히 의료법에 저촉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불법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16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베이징 어방당 중의병원의 초청으로 매월 열흘 가량 뜸교육 전문가 자격으로 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환자들을 돌본다고 밝혔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의료 자격증이 없이도 뜸을 놓을 수 있다.

진료는 김 회장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뜸 자리를 잡아주고 병원 의료진이 뜸을 놓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회장은 16일 첫 의료 활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매달 하순, 열흘 가량의 일정으로 중국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불법 의료 논란 속에서 지난 2010년부터 국내에서 의료 활동을 완전히 접은 김 회장은 그동안 미국과 중국 등 외국을 오가며 부정기적으로 뜸을 놓아왔지만 이번처럼 특정 병원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김 회장은 환자를 보면서 중의학 병원 의료진에 한국의 뜸을 교육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김 회장은 "중국 정부, 학계, 의사들과 함께 한국의 침뜸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중국 병원에서는 환자의 치료 상황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기록해 뜸 치료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회장 제자들의 모임인 뜸사랑 측은 "구당 선생이 중국에서 뜸을 놓으면 중국과 가까운 한국의 환자들이 구당 선생의 전문 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최근 면허 없이 침뜸 교육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법을 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옳고 그름을 가려 주실 것"이라며 "감옥에 가더라도 (환자들에게 침뜸을)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구사 자격증 없이 침뜸 교육을 한 혐의로 김 회장을 기소해 현재 그는 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원칙을 같이 적용하는 한국 형법의 성격상 김 회장이 중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뜸을 놓는 것이 여전히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김 회장이 재판을 받는 도중 추가 기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현직 검사는 "형법의 속인주의 원칙상 한국인이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며 "다만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증거 수집 등 수사가 쉽지 않아 추가 기소를 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인 신현호 변호사는 "대한민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범하는 무면허 의료 행위는 국내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며 "최근 모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가 중국에서 세포치료라는 것을 하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문진과 시진 등은 모두 다 진료 행위의 일부이므로 김 회장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뜸자리만 잡아주고 뜸은 중국 의료진이 놓더라도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