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보수파 쿠데타 20주년 회견서 주장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1991년 8월에 발생한 보수파의 쿠데타 음모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지만 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고 17일 주장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에 반대한 옛 소련 공산당과 국가보안위원회(KGB) 간부, 군 지도부 등 보수파 8인은 1991년 8월 19일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고르바초프를 연금하고 개혁 반대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국민의 강력한 저항으로 3일 만에 실패했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날 쿠데타 20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시내 인테르팍스 통신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여러 사람이 전화를 걸어 쿠데타가 준비되고 있다고 알려줬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피를 흘리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유혈 사태는 피했다"고 강조했다.

고르비는 앞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모스크바 시장이던 가브리일 포포프를 통해 정보를 얻은 조지 H.W. 전 미국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2달 전부터 전화를 걸어 역모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나는 이를 믿지 않았었다"고 토로했었다.

고르바초프는 보수파의 쿠데타는 국가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던 공산당 자체의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소련은 붕괴시킬 게 아니라 민주화시켰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의 옛 소련 소속국들과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통합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문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아직도 여전히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을 존경하고 있다면서 그의 뒤를 이은 이오시프 스탈린이 러시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우리가 레닌의 가르침을 따랐다면 지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며 스탈린과 그의 관료 체제가 출현하면서 러시아가 잘못된 길을 걷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금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독재적 통치 스타일과 민주주의 후퇴를 강하게 비판해온 고르바초프는 이날도 현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현 정치 상황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현 정부의 정책과 제안은 과거 회귀"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소련 공산당의 실수를 뒤풀이해선 안된다"며 "러시아가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 러시아당'의 정치적 독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