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정치권 유로존 구제안에 경계심 비등

오는 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유로존 위기 관련 정상회담을 앞두고 구제기금 확대에 반대해온 독일 내부에서는 기대감 보다는 경계심이 비등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 대변인은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독일이 유럽재정안정자금(ESFS)의 확대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독일 언론이 14일 전했다.

CDU의 일부 당원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급 회의를 열 것을 요구했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과 기독교사회당(CUS)의 일부 지도자들은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해 유로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안정성 협약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단지 단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무 것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감을 보이기 보다는 독일내 정치 상황 등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많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슈피겔은 `메르켈-사르코지, 잘 지내야만 하는 고약한 운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은 더욱 프랑스인처럼 되어야 하고 사르코지는 더욱 독일인처럼 되어야 한다"며 양국간 좁혀야하는 이해의 폭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사르코지 대통령측이 지난 11일 메르켈 총리를 긴급 회담에 초청했다고 발표하자, 메르켈 총리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담이 계획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슈피겔은 유로존 위기 타개를 위한 두 정상의 협력을 `억지로 하는 결혼'이라는 표현에 빗대면서 독일 정치권의 반발로 의회에서 승인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연방상원(분데스라트)에서 유로존 2차 구제 프로그램 승인을 위해서는 SPD의 협조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연방하원(분데스탁)에서 연정파트너인 FDP의 지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 잡지는 설명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양국 정상회담 기사를 다루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너그러운 전통적인 프랑스 형식을 버리고 독일의 검약하는 미덕을 배워야하고, (독일의 미덕이) 다른 국가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간지 디 벨트는 관련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 어느방향으로 가길 원하는지가 문제다.

만약 유로를 구하려고 나선다면 연정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