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령화사회의 처방전 '뉴로툴'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전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의 상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국 사회는 곳곳에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지난달 있었던 김모 상병 총기난사 사건과 그 이후로도 줄줄이 보도된 병사 자살 사건 등을 보면 우려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또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고,우울증이 자살에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런 정신적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받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의 30%가 우울 증상을 보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동 · 청소년의 12.4%인 87만여명이 인터넷 중독자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65세 이상 인구 536만명 중 치매환자가 47만명으로 유병률이 8.8%에 달한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1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치매 환자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의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우울,불안,인지 기능의 저하 등 정신적인 문제로 뇌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많은 부분이 국가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미 1990년 뇌 연구를 획기적으로 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세기의 마지막 10년(1990~1999)을 '뇌연구 10년(Decade of the Brain)'으로 선언했다.

유럽연합도 1991년 '뇌의 10년'을 선포했으며,일본은 1993년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규정하고 대규모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뇌연구 10년' 이후 뇌 연구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프런티어 분야로 전 세계적인 화두가 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했다. 2003년엔 당시 과학기술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뇌기능 프런티어 사업단'을 출범시켜 뇌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한국을 대표하게 될 '한국뇌연구원' 설립도 확정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라 할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 뇌 연구는 괄목할 만한 빠른 발전과 인재양성을 이뤄왔다.

그러나 아직 획기적인 신약개발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뇌연구에 대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한국 6대 미래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뉴로툴(Neurotool)'은 일반인의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아이디어다. 뉴로툴은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는 뇌질환 치료제 신약개발과 달리 아직 태동기인 블루오션이다. 그동안 축적된 뇌연구 성과와 한국의 우수한 정보기술(IT)을 융합해 개개인의 긴장,불안,우울,스트레스 등을 측정하고 해소해 주는 뇌파기기에 기반한 툴,치매 예방 뉴로툴,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뉴로툴 등 사용자에 맞춰 증상을 해소시키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이다. 이 같은 뉴로툴은 2025년께 매출 9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뉴로툴은 일반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측정해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주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는 차세대 대안이다. 뇌과학과 IT를 융합한 뉴로툴을 통해 뇌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국가의 미래 산업으로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김경진 <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