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유심(USIM)칩을 조작해 문자발송 제한을 풀고, 대량 스팸문자를 보냈더라도 이는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므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유심칩을 조작해 대량으로 광고 문자를 보낸 혐의(사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휴대폰 판매업자 이모(42)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한다"며 "유심칩 읽기를 통해 문자메시지 발송한도를 해제하는 과정은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된 것임에도 이동통신회사의 직원을 속였다고 본 원심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허용된 경우가 아닌 유심칩 읽기를 통해 다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KT 정보통신망에 침입했으므로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본 부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KT 본사 전산망에 접속해 유심칩을 초기화해 문자메시지 발송 한도(하루 500건)를 초과하는 휴대전화의 사용 제한을 풀어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1·2심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사기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