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9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하루 10원 안팎의 급등세를 연출하며 1,090원선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 다우지수 폭락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또 한 번 급락 장세를 이어간다면 이날 환율은 1,090원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8일(현지시각)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뉴욕증시 폭락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1,093원선까지 올라섰다.

국내외 증시 움직임뿐 아니라 국내 수출업체 동향도 환율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고점 매도 물량을 쏟아낸 수출업체까지 달러 매물을 거둬 들인다면, 환율은 수급 불균형에 따라 폭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계단식으로 연일 급등 양상을 보이면 수출업체는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달러를 팔기 위해 래깅(달러화 매매를 늦추는 전략)이라는 환관리 시스템을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달러 공급 주체인 수출업체마저 달러 매도에 나서 주지 않는다면 환율 급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업체가 환율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달러 매도 시점을 늦추기라도 한다면 환율은 이날 1,090원대 진입과 동시에 안착도 가능해 보인다"며 "결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 주체는 외환 당국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공백 상황에서 역외 시장참가자들이 대규모 달러 매입에 나서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달러 역송금 수요까지 겹치면 환율 급등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환율이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며 1,100원선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결국 글로벌달러의 약세를 부추길 것이고, 미 당국이 3차 양적완화 등을 단행할 경우엔 달러 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진다면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견고한 우리나라의 통화(원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로 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전 거래일보다 15.10원 오른 1,082.50원에 마감, 지난 6월28일(종가, 1,083.50원) 이후 40여일만에 1,080원대에 복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규 기자 s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