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다시 오나] 임기 석 달 남은 '트리셰 사단'…결국 '유동성 확대' 카드 꺼냈다
"'트리셰 사단'이 결국 바주카포를 꺼냈다. "(블룸버그통신)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69 · 사진)가 7일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탈리아 · 스페인 국채를 포함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오는 10월 ECB 수장직에서 내려오는 트리셰 총재가 유럽 경제 지도자로서 재임기간 8년의 성패를 결정할 '승부수'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ECB는 이날 저녁 집행이사회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더욱 심각해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선언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까지 위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위기에 대한 주요 7개국(G7) 등과의 공조에 ECB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5년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5.7%에서 4.85%로 낮아졌고,5년물 스페인 국채 금리는 5.42%에서 4.73%로 안정됐다.

트리셰 총재의 이번 결정은 "돈을 푸는 것보다 인플레를 잡는 게 우선"이라는 그의 평소 지론과 다르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과 영국 프랑스 등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제기 등 전대미문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채 규모와 재정적자 수준을 감안할 때 영국의 등급 강등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프랑스를 더 이상 'AAA'등급 국가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미국과 달리 자체 통화 발행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디벨트도 "내년까지 프랑스의 총 국가부채는 4300억유로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그리스는 지난 10년간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해왔고 포르투갈은 8년간,이탈리아는 3년간 지출이 수입보다 많았는데 올해부터 프랑스가 그런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유럽이 공멸 위험성에 처하자 트리셰 총재가 이끄는 ECB는 주저하던 유동성 확대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결단을 내렸다. 인디펜던트는 "40년간 프랑스 정부와 각종 국제기구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트리셰 총재의 인생 전체에 대한 평가가 이번 조치로 결정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