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쯤이면 어느 정도 빠졌겠지'하고 섣불리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상황이면 차곡차곡 쌓아가는 적립식펀드의 매력이 더욱 부각된다. 똑같은 금액이어도 주가가 빠지면 더 많은 주식을 사 모아 평균매수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적립식펀드로 목돈을 만들었다면 보다 안전한 상품으로 갈아타 다달이 일정금액을 받는 '월지급식'이 쏠쏠한 재미를 안겨다 준다. 특히 은퇴 후 자금 운용에서 월지급식 상품은 빼 놓을 수 없는 투자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차곡차곡 쌓는 적립식의 매력

펀드는 가입하는 방식에 따라 적립식과 거치식으로 나뉜다. 적립식펀드라고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다달이 또는 일정 기간 꾸준히 납입하기로 하면 모든 펀드가 적립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적립식펀드의 마력'을 보여줬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있던 2007년 10월 말(코스피 2064.85)에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지난 5일 코스피지수가 1940선대로 내려왔지만 15%대 이익을 내고 있다. 그나마 지난 2~5일 4일간 228포인트나 빠져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달 초에는 30%까지 수익률을 올렸었다. '코스트 애버리징'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위기 '공포'에 맞서 꾸준히 납입한 투자자에게만 주어지는 과실이다. 배성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적립식펀드는 3~5년 정도 길게 보고 꼬박꼬박 넣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떨어지면 넣어야지 하고 하락할 때 납입을 중단하면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꼬박꼬박 받는 월지급식

요즘 자산관리시장은 월지급식 전성시대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월지급식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자가 맡긴 돈을 잘 굴려 다달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만기때 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월 수령액은 정해져 있거나 투자자가 선택할 수도 있다.

투자 대상은 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 등 다양하다. 국내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해외채권형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 순자산은 지난 5일 720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배 규모로 불어났다. 2007년 765억원에서 시작해 2008년 744억원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에 머물렀으나 2009년 1163억원,2010년엔 1829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주식연계증권(ELS)과 랩어카운트,국내외 채권,신탁 등을 활용한 다양한 월지급식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월지급식도 운용 성과가 나쁠 경우 원금을 까먹어 가며 월분배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월지급률만 볼 게 아니라 얼마나 원금 손실을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수년 후 원금을 찾을 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금 가치가 현재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