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마르키트 등 `일시적 경기둔화' 전망
6월 소매 증가세 반전..PMI 지수는 하락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무 위기가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 전망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채무위기 극복과 악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결국 경제 성장 여부와 그 강도가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연합(EU) 당국과 EU 안팎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은 유로존이 하반기에 `소프트패치(경기회복 후 일시적 경기 둔화)'를 맞을 듯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부터 이러한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EU 집행위원회는 105.4포인트였던 경기신뢰지수가 7월에 103.2포인트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 보다도 낮은 것이자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며,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집행위는 또 기업환경지수는 6월 0.95에서 7월 0.45로 추락해 12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지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소비자나 기업의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경기신뢰지수가 아직 기준점인 100을 넘고, 기업환경 지수도 마이너스로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경기가 크게 침체되기 보다는 둔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 3일 영국 런던에 소재한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구매관리지수(PMI)가 6월 53.3포인트에서 7월엔 51.1포인트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마르키트는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PMI지수는 각각 21개월 및 23개월래 최저치, 스페인은 19개월래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PMI는 유로존의 제조업 및 서비스 분야 4천500개 업체의 구매 담당 책임자들을 상대로 향후 경기 전망에 따른 기업들의 구매동향을 조사한 것으로 중요한 경기 선행지표의 하나다.

7월 지수 역시 아직 기준선인 50포인트는 넘고 있어 기업들이 아직 마이너스 성장까지는 전망하고 있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마르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브 돕슨은 "7월 PMI 지수는 유로존 생산의 성장이 정체됐음을 뜻하는 것이자 소프트패치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설명했다.

이날 국제 신용등급 평가업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역시 "2분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유로존의 소프트패치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0.3% 성장하며 회복세로 돌아선 유로존 경기는 올해 1분기에 0.8%로 더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2분기부터는 다시 둔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오는 16일 2분기 경제성장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로존 경기와 관련한 긍정적 지수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3일 유로스타트는 지난 5월 마이너스 1.3%였던 유로존 소매 판매가 6월에 0.9% 성장하며 증가세로 반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0.5% 증가)보다 높은 것으로 소비자들이 다시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또 유로존 각국의 고용 사정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유로존의 하반기 경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지는 않더라도 올해 1분기에 나타났던 강력한 회복세가 둔화되는 형태, 즉 소프트패치가 될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경기둔화 곡선이 과연 완만할 것인지 아니면 급커브를 그릴 것인지, 또 언제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는 여러 변수가 작용해 현재로선 전망이 쉽지 않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기존 구제금융 국가 뿐아니라 다시 불거진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위기의 향방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동향 역시 유로존의 경기와 맞물려 있다.

한편, 4일 정례이사회를 개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여부도 유로존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계자들은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를 두 차례 올린 ECB는 이날 이사회에선 현행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