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다. 근로자단체,사용자단체,자영업자단체,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가입자 대표와 의약단체 등 공급자 대표,정부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익 대표 등 건강보험의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 대표인 정부가 중재안을 제출해 투표에 따라 가부를 결정한다.

위원회에는 의약단체 등 각종 이익단체들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다 보니 의료수가 인하 등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마다 서로 맞부딪치거나 강력한 반대로 정부의 정책 의지를 꺾어놓기 일쑤다. 시민단체나 의약계 등의 입김이 건정심에 영향을 미쳐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국 조제료나 진료비 수가 인하 등을 위한 논의가 건정심에 참여하는 의약계 대표들의 반대로 초반부터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도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은 의사결정기구가 대체로 재정전문가 등 중립 세력으로 구성돼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각종 이익단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료 인상이나 수가 인하 등 각종 정부 정책들이 좌초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 건강보험 혜택은 별로 늘어나는 것 같지 않은 데 보험료만 인상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민영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가입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깎아준다든지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요율 인상에 따른 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