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림 회장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작품 제작이 아니라 9월 도쿄 국제건축가연맹(UIA) 총회에서 치러지는 두 건의 선거 때문이다. 2017년 서울 UIA 총회 유치 및 UIA 회장 선거다.

총회 유치는 18년 전과 9년 전 두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이 '3수(修)'다. UIA 총회는 세계 건축의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고 한국의 건축 문화 예술을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을 자주 찾는 해외 스타 건축가들이 한국에 발걸음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한국 건축계가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교류 부족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건축가들의 입지 약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999년 베이징 UIA 총회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고,일본은 9월 총회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UIA 선거에서는 120개 회원국이 320표를 행사한다. 경쟁 상대는 멕시코시티와 싱가포르다. 멕시코시티는 30년 전 총회를 개최했다. 한 나라가 두 번 연 적은 있지만 도시는 전례가 없다. 싱가포르는 2008년 이탈리아 토리노 총회에서 2014년 개최를 놓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과 붙었다가 한 표 차로 졌다. 이 회장은 "동정표도 있겠지만 도시국가 싱가포르보다 한국의 수도 서울이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3개 건축단체가 총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대한건축학회(회장 이언구 중앙대 교수),대한건축사협회(회장 강성익 한라종합건축사무소 대표) 한국건축가협회(회장 이상림)가 결성한 한국건축단체연합(대표회장 이상림)을 통해서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총회 유치 협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UIA 회장 선거는 프랑스 · 스페인 · 멕시코 · 싱가포르 후보와 5파전이다. '아시아 지역 첫 회장'을 내걸고 표심을 움직인다는 전략이다. 당선하면 파리에 있는 UIA 본부를 서울로 옮길 계획이다.

UIA 총회 유치와 회장 당선을 동시에 추진하면 힘이 분산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총회 유치가 우선"이라며 "회장 선거가 걸림돌이 되면 바로 후보에서 사퇴하고 총회 유치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