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홍준표-박재완 "우리는 하숙집 동기"
"당정 협의가 쉽지 않겠는데요.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일 당 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날,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서 한 고위 관계자가 박재완 장관한테 이렇게 말했다. 색깔이 분명하고 저돌적인 홍 의원이 당 대표가 돼 당정 간 정책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표현이었다.

그러자 박 장관은 "염려할 필요 없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홍 대표와 나는 하숙집 동기"라며 "서로 친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기자에게도 "(홍 대표와는)막역한 사이여서 정책 현안에 대해 잘 풀어갈 자신이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2학번으로 먼저 대학(고려대 행정학과)에 들어간 홍 대표는 당시 서울 홍릉에서 하숙을 했다. 1년 뒤 대학(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박 장관은 홍 대표가 살던 집으로 들어가 1년간 하숙을 함께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뒤 한 사람은 여당 대표가 됐고,다른 한 사람은 경제 수장이 됐다. 당정 협의의 카운터파트가 된 것이다.

주변에선 두 사람 간 막역한 관계가 정책 협조에서도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많다. 반값 등록금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여당과 정부 간 견해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사람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수유 재래시장 방문 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치켜세웠다. 홍 대표는 재래시장 방문길에 상인들 앞에서 "박 장관은 내 하숙 동기"라며 "전형적인 수재다. 무슨 얘길 하면 금방 해결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옛날로 따지면 저 자리가 부총리 아니냐.똑똑하고 이해가 빨라 정부가 (현안을) 잘 풀어갈 것으로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원래 홍 대표는 재래시장 방문 일정이 없었는데 박 장관이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가도 되냐'며 연락해 가게 된 것"이라며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박 장관을 측면에서 지원사격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1일 여의도에서 열린 고위 당 · 정 · 청 회의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민감한 감세 이슈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평소와 달리 각을 세우지 않았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원들이 "당에서 추가 감세 철회 의견을 모았으니 (정부에서)다른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자 박 장관은 "당과 협의해서 잘 하겠다"고만 답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선 이후 처음으로 주도하는 자리인 만큼 박 장관이 홍 대표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고분고분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밀월관계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8월 말에 발표할 세제개편안은 물론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여당과 정부는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